[이승규]아름다운 퇴장에 대한 아름다운 시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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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아름다운 퇴장에 대한 아름다운 시민의 모습

[중도시평]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

  • 승인 2013-09-03 14:25
  • 신문게재 2013-09-04 20면
  • 이승규 행정자치부장이승규 행정자치부장
▲ 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
▲ 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
그야말로 빅뉴스였다. 현직의 프리미엄에 흔들리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고자 선택한 은퇴선언은 아직도 곳곳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왜?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지키고 있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에 의구심이 쏠리고 있다.

당사자가 진정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받아들이는 쪽에서 해석하고 분석하고, 그리고 그럴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상황에서 아름다운 선택이 한낱 허공의 메아리로 되돌아올까 아쉽다.

이런 생각에 어느 날 아침 출근길 방송에서 들었던 재밌는 우화가 한 토막 생각난다. 내용은 이랬다.

어느 날 아침 모기가 작은 샘에서 물을 마시는 이구아나를 만나 “어떤 농부가 고구마를 캐는데 글쎄 그게 나만큼이나 크더라”며 황당한 소리를 하자 이구아나는 헛소리라며 툴툴거리며 나뭇가지로 귀를 막고 길을 떠난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비단뱀이 이구아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이구아나는 귀를 막아 비단뱀의 인사를 듣지 못하고 계속해서 툴툴거리며 길을 간다.

그 모습에 비단뱀은 이구아나가 자기에게 나쁜 일이 생기라고 주문을 건 거라며 오해를 하고, 놀라 토끼굴로 숨어 버린다.

비단뱀이 들이닥치자 토끼는 기겁하며 밖으로 뛰어나가고, 사력을 다해 뛰는 토끼모습을 본 까마귀는 위험이 있는 줄 알고 힘차게 까악 까악 외치기 시작했다.

까마귀의 외침을 들은 원숭이는 모두에게 위험을 알리려고 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썩은 나뭇가지를 밟게 되고, 그 나뭇가지는 부러지면서 아래에 있던 올빼미 둥지를 덮치게 된다. 그리고 둥지에 있던 올빼미 새끼 한 마리가 깔려 죽고 만다. 새끼의 죽음을 안 엄마 올빼미는 구슬프게 울면서 해님을 깨우지 않아 끝없는 밤이 계속된다.

밤이 한없이 계속되자 동물의 왕 사자가 이를 걱정해 긴급회의를 소집, 올빼미에게 왜 해님을 깨우지 않는지 물어본다.

올빼미에게 사정을 들은 사자 왕은 이어 원숭이를 불러 새끼 올빼미를 죽게 한 이유를 듣고, 이번엔 까마귀를 불러 물었고, 다음에는 토끼, 그다음에는 비단뱀을 불러 물어보자 이구아나 때문이란 걸 알게 됐다. 사자왕은 다시 이구아나에게 사정을 듣는다.

“모기가 어찌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던지, 들어줄 수가 없더라고요.”

사자왕은 드디어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 이렇게 말했다.

“이구아나가 화가 난 바람에, 뱀이 무서워하는 바람에, 토끼가 겁을 먹는 바람에, 까마귀가 소리 지르는 바람에, 원숭이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바람에 새끼 올빼미가 죽었다. 그래서 엄마 올빼미가 해를 안 깨우고, 그래서 낮이 오지 않고 밤이 계속됐다.”

그러자 모든 동물들이 모기를 혼내달라고 했고, 이 말에 마음이 풀린 엄마 올빼미는 머리를 동쪽으로 돌려 “부후! 부후우우! 부후우우우”해님을 불러 다시 낮이 왔다. 모기는 덤불에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뜨끔했고, 이후부터 사람들 귓가를 맴돌면서 “아직도 다들 나한테 화가 나 있다”고 앵앵거렸다.

하지만 모기의 그런 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찰싹!'.

이 우화는 미국의 작가 알디마가 쓴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라는 서아프리카의 옛날이야기를 옮겨 놓은 것이다.

짤막한 이야기속에서 거짓말과 허풍을 떠는 모기에겐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이 사람들은 오로지 '찰싹'이라고 응징하는 데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자존심을 건 불출마 선언을 두고 갖가지 경우의 수를 셈하는 현실에서 새끼 잃은 엄마 올빼미의 관용이 부럽고, 혼내달라는 요청에 사건의 맥락만을 전하면서 거짓과 위선, 허풍은 끝끝내 응징당하고 만다는 사자왕의 지혜가 부럽다.

현직 프리미엄을 과감히 버리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 아름다운 퇴장을 위해서,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박수칠 때 떠나고 싶어서, 뭔가 꿀리는 게 있어서일까?

정말 유치한 물음이 아닐 수 없다.

옛말에 '오뉴월 화톳불도 쬐다 물리면 섭하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박수에 인색하더라도 이제부터 '왜?'가 아니라 용기와 결단에 큰 박수를 보내자. 적어도 불출마 선언에 대한 진정성만큼은 당사자의 의견을 절대 존중해주자. 그게 바로 아름다운 퇴장에 대한 아름다운 시민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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