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서북경찰서는 2일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친 혐의로 A(45)씨 등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월 한 달간 천안의 한 경부고속도로 인근 지하송유관을 천공해 300여회 걸쳐 유류 27만ℓ(5억원 상당)를 훔친 혐의다.
피의자들은 수개월 전부터 범행을 준비했다.
지난해 11월께 천안 서북구 성거읍 경부고속도로 부근 대한송유관 천안가압소 부근에 4m 지하에 매설된 송유관 기름을 훔칠 준비를 마쳤다. 이어서 현장 주변에 사무실과 창고 등을 임대했다.
수개월간 범행을 준비하고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기름을 훔쳤다. 피의자들은 지난달 초 천안 성거읍 고속도로 부근의 지하 4m가량에 매설된 송유관에 2㎝ 구멍을 뚫고 500m가량 배관호스를 연결했다. 탑차(1t) 적재함을 불법개조해 차량에 1000ℓ, 2000ℓ 물통 시설을 갖춰 훔친 유류를 싣고 천안 직산읍에 있는 조립식창고에 이동보관했다.
사무실, 조립식창고 등에는 감시용 CCTV를 설치, 경찰수사에 사전에 대비했다.
조립식창고에 훔친 기름을 보관하다 처분할 곳이 마련되면 탱크로리를 이용, 다량으로 판매했다. 이들은 훔친 기름을 탱크로리에 담아 충북의 한 주유소 등에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유통했다. 기름을 실은 차량이동 시는 다른 대포차로 앞서가며 주위를 살피거나, 목적지를 지나쳐 운행하며 미행차량을 감시하기도 했다.
일당은 서로 간 이름도 공유하지 않고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총책 A씨가 나눠준 대포폰만 사용, 연락을 취하며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했다. 이들은 대부분 과거 송유관 유류 절도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전력이 있는 자들이다. 경찰에서 생활비, 유흥비를 목적으로 운반책, 장물보관책 등 4명을 모집 사전에 범행을 모의했다.
경찰은 현장을 덮쳐 현금 7300여만원, 유류 6000ℓ, 대포폰 24대, 장비를 압수조치했다. 이들은 경찰에 검거 전 송유관 압력저하로 범행 발각을 우려해 현장철수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주 천안서북서 형사과장은 “약 한 달 전부터 대한송유관공사와 잠복해 범인들을 검거했다”며 “송유관 절도, 유통, 판매에 관여한 일당과 이를 판매한 시중주유소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조성수·천안=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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