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운행중단으로 31일 오전 대전역 대합실에 기차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
31일 오전 10시, 부산행 KTX를 탑승하기 위해 대전역을 찾은 기자는 “기차 운행이 중지되었습니다”라는 역사 내 안내방송을 이해하지 못했다. 시내버스에서 내리고 대전역 광장을 걸을 때까지만 해도 오랜만에 타는 기차의 설렘과 부산역까지 2시간 만에 닿는 첨단기술에 기대가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부품 가슴에 이상하다는 육감이 든 것은 대전역 대합실에 도착하고서였다.
대전역 대합실은 발 디딜틈 없이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고 직원을 만날 수 있는 매표소까지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그때서야 역사 내 방송이 귀에 정확히 들어왔다.
“대구에서 기차 접촉사고가 있어 기차운행이 중단되었습니다. 타교통편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차가 연착되거나 지연된다는 의미는 곧바로 이해할 수 있어도 운행이 중단되었다는 안내방송은 듣기에 낯설었다.
열차 운행 중단 소식에 당황하기는 대전역을 찾는 모든 승객이 마찬가지였다. 하행선 기차는 사고난 대구역에 못 미치는 구미와 김천까지만 운행됐고 상행선 역시 올라오는 기차가 사고 구간에서 막혀 지연운행됐다.
승객들은 코레일 직원들에게 사고자초지종을 묻거나 언제쯤 운행을 재개하는지, 목적지까지 닿은 다른 수단에 무엇이 있는지 물었지만, 직원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안내방송 이상의 설명은 하지 못했다.
또 이날 오전 11시까지 역사 내 전광판에는 사고 소식이나 다른 교통수단 등의 안내는 나오지 않았다.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일은 승객 몫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했고 몇몇 외국인들은 지나는 시민들에게 길을 묻다가 안되는지 어디론가 전화하기에 바빴다. 서대전역이나 대전복합터미널로 이동하려는 승객들이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기자 역시 기차를 대신해 부산에 내려가는 방법을 생각한 복합터미널로 이동했으나, 그곳에서도 부산행 고속버스는 오후 7시까지 만원이었다.
부산뿐만 아니라 경부선 선로에 있는 대구행 고속버스에도 경부선 운행 중단의 여파로 빈자리가 없었다. 이로써 이날 대구나 부산방향으로 이동하는 대중교통은 완전히 마비된 상태가 됐다.
한 승객은 대전역 대합실에서 “대구역에서 막혀 구미역까지 내려가면 다른 교통편은 있는지, 대전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은 무엇이 있는지 설명도 없이 알아서 찾아가라니 답답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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