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연세소아과 원장 |
막 취임한 이완구 지사는 초도방문의 두 번째 지역으로 금산을 선택했다. 그만큼 인삼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염원하고 있다고 공언했지만 일의 진척은 안 되고 힘든 일만 생기다 보니 급기야 실무 책임을 맡은 사무총장이 병이 나 도중에 사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당시 금산의 분위기는 불경기와 함께 인삼 판매가 부진해 대단히 침체된 상태였다. 유일한 희망을 인삼엑스포에 걸었던 지역 주민들은 진척 상황이 더디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면서 시큰둥해졌다. '엑스포 끝나면 지역 경제는 파탄난다'는 근거없는 루머와 소위 '10월 위기설'이 그럴 듯하게 돌아다녔다. 설상가상으로 행사의 책임을 진 충남도와 행사 장소인 금산군 공무원들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불협화음을 내던 어려운 시기였다.
이완구 지사는 이 난관을 타개할 구원투수를 백방으로 찾았고, 행안부 출신으로 경기도에 근무하던 서용제씨가 낙점되었다. 서용제 사무총장은 부임하자마자 난마와 같이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기 시작했고, 산적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다. 일을 해결해 나가는 일머리를 알고 있었고,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판단력과 친화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거기에 두주불사 하는 술 실력까지 갖고 있었다.
결국 제1회 금산세계인삼엑스포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금산은 경기침체와 맞물린 판매 부진으로 고생하던 수삼 판매가 엄청나게 이루어지면서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는 말이 돌 정도로 지역 전체의 경기가 회복되었다.
금산문화원장으로 서용제 총장의 활동을 지켜보던 나는 '한 사람의 지도자가 이렇게 큰 일을 할 수 있구나'하는 감탄을 여러번 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금산은 서용제씨에게 빚이 있다'는 말도 많이 했다. 서용제 사무총장도 그 공로를 인정받아 충남도 농림수산국장으로 승진했고, 지금은 충남도 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토록 회복되었던 금산의 지역경제가 지금 다시 어렵다. 매스컴에 금산 얘기가 나오면 무서울 지경이다. 좋은 소식은커녕 '인삼조합 합병', '제원산업단지에서 수상한 냄새 난다' 는 등의 지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뉴스들만 나오고 있다.
이렇게 난마와 같이 얽힌 문제를 풀어나갈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서용제'와 '인삼엑스포'는 지금 없다. 안희정 지사가 제3회 인삼엑스포를 열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3년 후 얘기다.
그리고 '금산인삼축제'가 코앞에 다가왔다. 금산은 인삼축제의 대성공을 통해 다시 인삼종주지의 위상을 되찾고자 안간 힘을 쓰고 있다. 금산군의회는 올해부터 끊어진 국가와 충남도의 재정지원 만큼 금산군의 예산이 늘어나는 것을 승인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이 작은 고장에서 축제 한 번에 30억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 붓는 데에도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만큼 인삼축제의 성공을 바라는 지역 민심이 강하다는 뜻이다.
실무 책임자도 굳은 심지와 함께 깊은 공부를 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귀동 문화관광과장으로 바뀌었다. 만약 인삼축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지 못하고 창고마다 가득 쌓여있는 인삼이 폭발적으로 판매되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역 민심은 더욱 악화될 것이 틀림없다.
금산인삼과 관련된 부정적 이미지를 씻기 위해 지역은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며 자정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0.1%의 미꾸라지가 흐려 놓은 개울물을 완전히 정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금산 지역사회는 금산인삼에 대한 '깨끗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지역 전체가 죽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 6일부터 열리는 금산인삼축제에서 한여름 더위로 지친 마음도 식히고, 가까운 분들의 추석선물도 마련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락닿는 분에게는 인삼튀김과 인삼막걸리를 대접할 용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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