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한 충청권 역사의 나이테 속에서 중도일보가 창간 62주년을 맞았다. 정부의 탄압 등 각종 시련과 변고 속에서 오뚝이처럼 바로 설 수 있었던 것은 정론직필의 사명감 하나 때문이었다. 중도일보는 진실보도를 담금질하며 풀뿌리 언론에서 거듭나 이제는 충청권의 대표 언론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충남 서북부 산업단지 개발과 세종시 건설 등 충청권은 명실상부한 국토의 중심지로서 발돋움했다. 변천해온 역사의 과정을 지켜온 중도일보는 그 자체로 '국토 중심의 도읍'이라는 제호를 실현했다. 그 과정을 돌이켜보면 한편엔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이 중도일보와 함께 서 있었다. 고(故) 이웅렬 중도일보 회장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이제는 중도일보의 산증인이나 다름없는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을 만나 본보의 과거와 미래, 경제난 극복에 대한 해법 등에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사진=손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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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인생은 60세를 기준으로 회갑이 되면 세상에 태어난 몫을 대부분 마쳤다는 말이 됩니다. 기업의 시대는 이를 30년으로 보는데요. 30년을 버티면 산전수전 모두 극복하고 기업으로서 독자생존을 이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중도일보는 1951년 창간해 올해 62주년이 되는데 그 때는 6ㆍ25전쟁이 치열한 때였습니다. 조국통일을 목전에 두고 서울이 함락되고 전선은 평택~강릉 선으로 내려왔던 때지요. 이런 급박할 때에 전선 소식을 충청인에게 신속하게 알리고, 우리나라와 향토를 지키기 위해 홀연히 창간한 신문이 바로 중도일보입니다. 유신시대에 1도 1사 원칙으로 10여년간 정간 당한 불우한 시대를 극복하고 재기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창간정신으로 지켜온 중도일보에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계룡건설과 중도일보와의 인연도 참 깊다고 봅니다. 그동안 중부권에서 함께 성장해나가면서 바라본 중도일보의 모습을 회상한다면 어떠했나요.
▲ 6ㆍ25 전쟁 참전으로 중도일보의 창간 시절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후 제3공화국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후복구와 조국근대화사업이 한창 진행될 때 당시 이웅렬 회장의 초청을 받고 본사를 방문하면서 이 회장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육중한 고층빌딩(경암빌딩)의 현관에 여러 개의 간판이 걸려 있었던 게 생각납니다. 서산AB지구 간척사업추진본부, 대전천도추진본부, 대전도시계획추진자문본부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록 지역언론이지만 원대한 국가비전을 개척하는 비전을 앞세운 신문사라는 인상을 안겨줬답니다.
당시 계룡건설이 국도 1호선 공사에 참여했을 때였는데요. 국도 1호선 사업에 대전시내 시가도로는 제외된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웅렬 회장의 제안으로 함께 작전(?)을 짜서 결국 국도 1호선이 대전으로 들어올 수 있게 했답니다. 국도 1호선 사업은 미국 원조사업이어서 제가 미국측(8군ㆍ군사고문단ㆍUSOM)을, 이웅렬 회장이 한국측(건설부ㆍ육군본부)을 설득한 결과, 유성우체국앞~서대전3거리~대흥동로타리~충무체육관~판암동정수장의 시가도로에 군병력이 투입돼 공사가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중도일보는 1도 1사 정책에 따라 정간되기도 했는데요. 이후 6ㆍ29선언으로 신문사 허가제가 등록제로 완화돼 저 역시도 신문사 창간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웅렬 회장이 이 사실을 알고 저에게 와서 폐간됐던 중도일보를 복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 오히려 저를 설득해 그 때 신문사 창간을 그만두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웅렬 회장의 고집과 추진력, 그리고 저에 대한 존중, 이 때문에 저는 아직도 중도일보의 애독자입니다.
-지역 언론의 힘은 지역 독자로부터 나옵니다. 지역의 정론지로서 지역 독자들에게 비춰볼 때 중도일보의 미래상을 어떻게 그려가면 되겠습니까.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은 대전으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중도'라는 제호는 오늘과 미래를 위한 혜안으로 붙여졌다고 생각합니다. 국토의 중심이라는 말 뜻이 모두 담겨있는 제호를 통해 중도일보는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새 일을 찾아나서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문명의 대변화 속에서 경제의 어려움은 비단 종이신문에만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일반 시민이나 모든 기업, 국가가 공감하고 있는 이 어려움 속에서 하나의 등불로서의 역할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최근과 같은 경제난 시대에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갈 수 있는 방안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또 이런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글로벌 경제난시대에 세계전체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저는 해마다 연두구호를 선정해서 발표합니다. 그 첫 번째로 생존전략을 넣고 있습니다. 남보다 더 편하고 잘 살기 위해 헤매거나 더 많이 벌기 위해 허덕이거나 나만 살려고 묘한 꾀를 부리면 먼저 쓰러지게 돼 있는 것이 하늘의 뜻입니다. 이를 악물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함께 고통을 이겨내야 비로소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해서 생존전략이라는 표어를 골랐습니다.
세계 속에서 한국은 아직도 희망이 보이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국내에서 내부적 비교와 갈등이 더 큰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며 이러한 어려운 경제난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이 같은 어려움은 국내가 아닌, 전세계의 경제난이 시발점이 돼 나타난 결과입니다. 그래서 난국 극복의 비결은 '묘책이 없다는 게 묘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참고 견뎌내는 지혜, 한 줌의 주먹밥을 다섯이 나누어 먹는 인심이 비결이라고 할까요. 저희 역시 수년간의 누적 잠재적자를 올해 결산에서 모두 털어내고 내년부터는 가뿐한 몸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오늘의 고통보다는 미래의 희망이 더 소중하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세종시 출범으로 충청권은 국가의 심장부로 거듭나리라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데,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충청지역은 이제 국가중심역을 맡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충청지역 역시 그에 걸맞은 변화를 모색하고 주도해 나갈 역할을 해야 합니다. 시골 한촌에 부자가 와서 기와집을 짓고 터를 제공하고 거대한 공사를 한다고 동네 어린이들이 좋아서 신바람이 났는데, 집주인이 들어온 뒤에는 돈으로 텃밭과 문전옥답을 마구 사들이고 결국은 머슴자리를 원하지 않는 사람을 내쫓는 옛날의 한이 되풀이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가 스스로 참여하고 주도해 나가는 변화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전은 색깔이 없다'고들 합니다. 지역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이 같은 상황은 나타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대전만의 색깔을 찾기 위한 해법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대전은 광주, 대구, 부산 등 다른도시 보다 색깔이 약하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그것은 아전인수격인 지역감정이 약하다는 상황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상대적 지역이기주의에 치우쳐 막무가내식으로 떼를 쓰고 투쟁일변도를 나가는 지역감정을 그리워서 하는 마음으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신생도시인 대전은 급속히 발전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태생적으로 혼합도시로 발달된 도시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나이티드 시티(United City)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은 자기 고향에 대해 '내가 태어난 곳, 나를 낳아준 조상이 살았던 곳'이라고 설명하는 반면, 다인종국가인 미국인들은 '내가 사는 지역, 내 후손이 살아갈 지역'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대전은 고향이 될 수 있도록 서로 포용하는 가운데 대전의 색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명예회장님의 근황과 지역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회사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아직도 주말에도 집무실에 나오느라 한 주가 '월화수목금금금'입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긴장된 자세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데요. 그 가운데 일본 신간 서적인 '천도대신 미래기'를 읽고 있습니다. 일본의 태양신이 가끔 내려와 향후 미래를 얘기해주는 데 수개월 내 일본에 지난번 쓰나미보다 더 커다란 재앙이 온다라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이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라는데요. 반면, 우리나라는 어쩌면 향후 복을 받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역시 그러한 복을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잘못을 반성하고 미래를 향해 한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역민 모두가 충청의 미래를 위해 새롭게 마음을 잡아나갈 때라고 봅니다.
대담=유영돈 편집국장ㆍ정리=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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