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협 악용, 면허없이 대형병원 운영

천안지역 요양병원 불법개설 뒤늦게 밝혀져… 친척동원 편법

지난 수년간 운영해온 천안 A요양병원이 의사면허가 없이 개설한 이른바 '사무장병원'으로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 윤성묵 부장판사는 의사면허 없이 대형 요양병원을 개설해 의료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B씨에 대해 징역 8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B씨의 의사행세는 2007년 12월 C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을 설립하면서부터 시작됐다. B씨는 자신을 의료생협의 대표이사로 등재한 후 같은 달 의료인 13명과 의료기사 5명, 종업원 43명, 입원실 등을 갖춘 후 A요양병원을 D씨로부터 양수받았다.

이어 의료생협 명의를 이용, 충남도로부터 의료기관 개설자변경 허가를 받아 운영해왔다.

현행법상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운영하는 일명 '사무장병원'의 경우 영리추구를 위해 과다진료, 항생제 오·남용, 보험사기 연루, 환자알선 등의 폐해가능성이 커 금지하고 있지만, 의료생협은 허용하고 있다.

의료생협은 비영리법인이어서 영리추구로 인한 폐단발생 가능성이 작고 소비자의 생활문화 향상에 이바지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지만 B씨는 이 점을 악용했다.

B씨가 설립하는 데 든 비용도 고작 수천만원 밖에 되질 않았다.

B씨는 출자금 3000만원으로, 전체 3000 출자좌수 중 2800좌를 자신의 며느리 등 친척, 지인 등 발기인 7명이 인수토록 하고 나머지 28명에게는 1좌씩만 줘 병원 운영하는데 걸림돌을 사전에 제거했다.

또 B씨는 요양병원 개설 시 필요한 설비나 건물 임대차보증금, 임대료, 의료장비, 의료시설 등을 대부분 금융권으로부터의 차입해 마련해 돈벌이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지원도 B씨가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의 규정취지를 교묘히 잠탈하는 탈법적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판단했다.

윤 부장판사는 “관련법의 규정을 교묘히 회피해 설립된 이른바 '사무장병원'이다”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의료생협이 난립함으로써 조합원의 자주적인 의료생협 활동을 통해 복지 향상을 이루려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적법하게 설립된 의료생협에 대한 불신이 커져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한편, A요양병원은 설립 당시 20병실과 119병상을 갖춰 지역 내 손꼽힐 정도의 규모를 자랑해오다 B씨가 구속되기 전 의료인이 인수해 운영 중이다.

천안=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