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무단횡단을 하던 20대를 치여 숨지게 한 사건이다. 지난 2월 오전 6시45분경 김모(40)씨는 유성구 노은동 쪽에서 궁동 충남대 앞 지하차도를 지나 갑천네거리쪽으로 2차선에서 운전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중앙선 쪽에서 나타난 행인을 보지 못해 그대로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대전지법 형사5단독(판사 최형철)은 무죄를 선고했다.
먼저, 사고 직전 급제동을 했다면 사고 인지시점의 속도는 97.29㎞ 정도일 것이라고 가정한 검찰의 공소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시속 80㎞라고 봤다.
최 판사는 현장에 스키드마크가 없었으며 피해자가 충돌 시 차량 위를 타고 넘어갔다는 점에서 급제동한 근거가 없어 시속 97.29㎞라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으로 최 판사는 김씨의 과실과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하차도로부터 57m 정도 떨어진 편도 6차로에서 사람이 횡단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렵고, 중앙선이 화단으로 조성돼 있으며, 사고 시간이 일출 30분가량 전으로 김씨가 사고를 낸 후 정지할 정도로 어두웠다고 봤다.
피해자가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고 중앙선의 나무 사이에서 나와 사고지점까지 불과 4.7m가량 무단횡단하고 있어 피해자를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도 감안했다. 최 판사는 “제한속도인 시속 70㎞를 10㎞ 초과해 주행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사고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고, 피고인의 과실 및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연구원 정모(32)씨의 사건이다.
정씨는 지난해 9월 오후 유성구 관평동 모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자신의 볼보 차량 운전석에서 차량 앞을 지나가는 여학생들과 정자에 앉아 있는 여학생들을 발견하고 바지를 반쯤 내리고 자위행위를 한 혐의다.
변호인 측은 “밀폐된 승용차 안에서 이뤄진 것이고 유리창이 검은색으로 짙게 선팅돼 있어 외부인이 쉽게 내부 상황을 인식할 수 없는 상태로 공연성과 고의가 없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달랐다.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송인혁)는 1심(벌금 150만원) 판결을 인정해 정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연'이라 함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불특정 다수인이 현존하거나 왕래하는 장소라면 현실적으로 다수인이 인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의성과 관련해서도 “차량 맞은편에 여학생들이 있었던 점, 검은색 코팅이 있어도 외부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인 점 등을 종합하면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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