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시골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쥐가 극성했던 시기에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쥐가 저장 곡식은 물론 생활 가구 등을 쏠아서 못 쓰게 만들어 놓는 경우가 허다했다. 찬장을 돌아다니며 음식물을 더럽혀 오염시켜 놓기도 하였다. 천장은 쥐의 운동장이라 할 만큼 저녁이면 '다다다~' 소리에 해서 잠을 설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쥐를 잡기 위해 쥐약이나 쥐덫을 놓아보지만 그때뿐이었다. 방안에 들어온 쥐를 잡기위해 애쓰다가 흐뜨러진 모습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줄거리의 고전소설이 있기까지 하다. 이러한 쥐를 제압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고양이를 기르는 일이었다. 고양이는 개와는 달리 방안에서 기르기까지 하였다. 모래를 담아놓고 고양이가 배설물을 스스로 처리하도록 훈련시키기도 하였고, 어린 고양이가 고기 맛을 알아야 쥐를 잘 잡는다고 하여 고기 맛을 길들이기도 하였다. 이렇게 친근한 고양이였기 때문에 고양이를 먹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고양이가 죽으면 슬퍼하면서 고이 묻어 주었다. 고양이는 호랑이에 버금가는 짐승으로 여겨졌다. 우리 겨레는 삼국유사나 그 이후의 민담 등에서도 보이듯이 호랑이를 산신으로 매우 신성시하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고양이도 호랑이와 같이 매우 신성시하고 외경스러운 존재로 여겼다. 고양이 고기를 먹으면 “저승으로 못 간다”고 여겨서 매우 신성시하고 보호하였다. 심지어는 고양이가 염력이 있어서 도둑도 잡아준다고 여겨 물건을 잃어 버렸을 때 “고양이 뱅이”를 하면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특히, 고양이를 기가 센 짐승으로 여겨서 죽은 고양이를 잘못 처리하면 누군가 해를 입게 된다는 믿음도 있어서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 흑색주술에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고양이는 오래전부터 우리 겨레와 애환을 같이 해온 짐승으로 호랑이와 같은 신적인 존재였다. 호랑이도 생물학적 분류에 의하면 고양이과에 속한다고 한다, 변해가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우리 선조들의 애틋한 고양이 사랑을 한번쯤 되돌아보도록 하자.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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