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에 골목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특화거리를 집중적으로 지정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비록, 특화거리로 지정되기 전부터 집단 상권을 형성하며 활기가 있던 곳도 있지만, 지금의 대전 특화거리 대부분은 빛을 잃고 있다. 지난 수십년 특화골목을 지켜온 전통 상점들이 당장 1년 후 다시 문을 열 수 있을지 걱정하는 상태다. 지난 8주간 대전과 타 시도의 특화거리를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대전 특화거리가 지닌 한계를 짚어보고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 중구 맞춤옷패션거리의 상가가 빈점포로 변했다. |
대표적으로 중구 목동·중촌동 맞춤옷패션거리는 전국 3대 전문거리에 해당하지만, 대전에서는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1980년대 초 원단 자투리를 목동의 한 골목에서 거래하던 것에서 시작된 맞춤옷패션거리는 손님들의 구두소리가 골목에 끊기지 않을 정도로 붐비던 곳이었다. 원단의 포목점과 의상실 그리고 단추 등 부속물가게까지 지금도 60여 개의 상가가 한 골목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대전 유일한 맞춤옷특화거리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일거리가 줄어들어 맞춤옷 기술을 지닌 장인들이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수십년 만진 가위와 재봉틀을 놓고 경비원이나 음식점에서 제2의 일자리를 찾는 것이다. 몸의 치수를 재고 옷감을 재단해 재봉까지 고급 기술을 지닌 장인들이 사라지고 그 기술 역시 더이상 이어지지 않는 셈이다. 맞춤옷패션거리에 가장 젊은 세대가 50대 후반이다.
▲ 중구 오토바이특화거리 내 일부 오토바이 상가가 폐업해 철문이 내려져 있다. |
도로포장과 주차장 등 기반시설이 낙후돼 특화거리의 명맥을 위협하는 곳도 있다. 중구 문창·대흥동 오토바이특화거리는 도심의 골목이 오래되면 어떤 모습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인도의 보도블록은 튀어나와 툭툭 발끝에 걸리기 일쑤고 차도는 심하게 경사져 겨울철 빙판 미끄러짐 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주차장은 한 곳도 없고 좁은 골목에 양쪽 불법주차까지 빈번해 오토바이 거리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행정기관의 부족한 관심속에 특화거리 골목은 낙후되고 모텔 촌으로 전락하는 처지다. 또 동구 중앙·삼성동 인쇄거리 역시 작은 틀에 갇힌 새처럼 열악한 기반시설 탓에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도심의 오래된 건물은 증축하거나 리모델링이 어렵고 역세권개발계획에 묶여 신축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인쇄거리의 인쇄업소 대부분 오래된 건물과 좁은 골목에서 작은 작업장에 의존한 영세한 규모로 유지되고 있고, 규모 있는 기업형 인쇄소는 아직 정착하지 않았다.
▲ 대전 한 특화거리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
여기에 대덕구 오정동 공산품특화거리와 동구 한의약특화거리는 지자체가 진행하는 사업 때문에 상권에 큰 변화를 앞둔 곳이다. 상가 400여개가 밀집한 공산품특화거리가 있는 곳에 대전역에서 세종시를 거쳐 오송에 이르는 45㎞의 광역급행버스 전용 노선이 만들어진다. 당초 대전천변 길에 검토되던 노선이 재정비촉진사업에 맞춰 특화거리 중심으로 옮겨진 것이다.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만들어지면, 상가 앞에 차량 정차는 불가능해져 상권에 큰 악영향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한의약특화거리가 있는 동구 중앙동과 삼성동 일원에는 내년 말까지 ▲보·차도 환경 개선 ▲가로 시설물 정비 ▲전선 지중화 ▲간판 및 건물 외관 정비 등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부 노상주차장이 철거되고 족욕체험장이 만들어질 예정으로 한의약 전문점은 더 줄어들고 식당이나 편의점 등이 골목에 더 유입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오정동 (주)대전닥트 이재갑 대표는 “우리는 건물 안쪽에 주차장이 있지만, 대부분 손님이 무거운 물건을 싣기 쉽도록 길가에 차를 정차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며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만들어지고 주차단속이 엄격해지면, 특화거리에 상권은 크게 위축될 게 분명해 고민”이라고 전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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