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뱃살은 빼기 어렵지만 희귀하게 빠지기도 한다. 강남이 그랬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 쓰나미 이후 견고한 불패 신화는 깨졌다. 소형 아파트값 상승이 중대형을 견인하던 충청권 사정도 달라졌다. 중개업소만 중개 알선하는 중개업소가 있을 정도로 거래가뭄은 참담하다. 대전의 경우, 6월 3904건이던 주택 거래가 7월 1000여건으로 뚝 떨어졌다. 이달 단 한 건의 거래를 성사 못 시킨 지역 부동산업체가 많다.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주택 시장은 정상화의 길에서 그만큼 멀어져 갔고 또 그래서 후속 대책의 잉크가 마르기 전에 매매수요 활성화를 위한 거래 정상화, 전월세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새 종합대책을 내놓기에 이른다. 경제부총리,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득세 감면 연장 없다”고 이중창을 했던 취득세율은 영구 인하된다.
넓게 봐서 '과잉 임대수요의 매매수요 분산'은 맥을 제대로 짚었다. 사실 2002년과 2006년, 2013년의 전세가 폭등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다가 정책 미스를 불렀다. 숲도 봐야 하는데 나무만 봤다. 충청권의 전월세 선호 현상도 매수심리 위축이 큰 줄기다. '목돈 안 드는 전세' 등 저리 상품도 전세 수요에 가세한다. 아파트 월세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속을 더 들여다보면 주택 시장엔 ①돈 있는 임대인, ②돈 없는 임대인, ③돈 있는 임차인, ④돈 없는 임차인 네 체질이 공존한다. '세입자=서민', '집주인=가진 자'는 자주 틀리는 이분법이다.
주택 매입을 재테크 수단으로, 다주택 소유를 투자재로만 본다면 역시 구닥다리 '투기 방지 프레임'이다. 당위론적으로 집은 주거개념이 맞지만 거(居)하고 주(住)하다 매(賣) 또는 매(買)해야 정상이다. 그게 원활하지 않아 고장 아닌가. 현 상태도 매수자가 없지 매도자는 있다. 주택 시장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교과서처럼 매치되지 않는다. 보이는 손(정부)의 의지대로 보이지 않는 손(시장)이 손짓하지도 않는다. 가까운 실증적 증거는 지방 투기지역 해제 등 무려 21번의 부동산 대책에 헛발질한 MB 정권에 있다. 수도권 매매가격 20% 하락, 전국 전세가격 40% 폭등의 후유증이 겹쳐 이제 중병을 앓는 것이다.
시장 안정화에는 물론 '심리'도 중요하다. 집값 안정에서만은 소신파인 필자는 다들 꺼리는 7월 비수기에 집을 사고팔았다. 이삿날이 9월 2일로 잡혀 잘하면 취득세 인하의 첫 소급적용 케이스가 되게 생겼다. 만약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까지 입법화된다면 뜻하지 않은 혜택이다. 개인적인 낙관론은 집 소유 구조에 근거한다.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그래서 주거가 주목적인―소유자들이 집값을 지탱해준다. 집값이 아래쪽[下方]으로 끝없이 추락하지 않는 '하방경직성'을 믿는다.
이런 유(類)의 소박한 믿음 회복도 부동산 정상화에 도움이 될는지 모른다. 안정화와 활성화를 한사코 분리하는데, 안정화의 시작은 활성화다. 새 정책에 시장의 기대심리를 신속히 담아줄 필요가 있다. 취득세 인하 적용 시점을 서둘러 확정해 거래절벽을 막고,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는 법안과 지방자치단체의 주 세입원인 취득세의 세수 보전 방안 입법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게 우선이다. 국회에서 잠자는 32건의 부동산 관련 법안도 시장 혼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여기서 부동산이 더 침체되면 금융 위기, 소득 감소, 소비 위축, 재정 취약, 국가경제 축소로 진입하게 된다. 대전과 충남의 거래 급감은 그런 시각에서도 걱정스럽다. 한국감정원의 매매거래동향에서는 세종은 200점 만점에 106.7점으로 제일 낫다. 충북은 70점으로 비교적 괜찮고 충남은 41.6점으로 낮다. 대전은 전국 시·도 꼴찌인 19.1점이다. 자연스레 이번 대책에서 관심도가 높아진 지역도 충청권이다.
대개 살찌는 순서가 남자는 아랫배→몸통→팔다리→얼굴, 여자는 허벅지→아랫배→몸통→팔다리 순이다. 빠질 땐 역순. 윗몸일으키기로 뱃살 다스리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듯이 '단기 복부 다이어트' 같은 정책으로 시장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라는 부동산 체질을 새 대책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열쇠다. 부동산 실책에 대한 “하우스푸어가 대책을 만들지 않아서”라는 풍자는 현실과 정책의 엇박자를 뜻할 게다. 우스개지만 8·28 대책에서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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