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음주운전과 뺑소니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은 채모씨는 항소가 기각됐다.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고 그대로 달아났을 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를 치는 등 죄질이 나쁘다는 이유 때문이다. 3년 동안 내연관계를 맺어오다 내연녀 남편에게 현장이 발각되자 폭력을 휘두르고 남편을 차량에 매달고 달려 상해를 입힌 사내는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언뜻 보면 전문 범죄꾼들처럼 보인다. 그러나 피의자 모두 의사이다. 의술을 통해 병마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치료해야 할 의사들이 범죄인으로 탈바꿈한 모습이다. 의사들의 범죄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의료시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진주의료원 사태만 보더라도 의료시장이 얼마나 치열한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012년 지방의료원 운영진단 결과' 자료에 따르면 전국 34곳 의료원 가운데 순수 의료수익에 의한 흑자경영은 김천의료원 단 1곳으로 나타난 바 있다.
자치단체가 운영비용을 책임지는 시립병원마저 이 지경인데 개인병원의 경영환경은 오죽하겠는가. 의료진의 구성은 물론 첨단장비, 진료서비스의 질 등등 어느 것 하나 환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힘든 개인병원에서 의사마저 범법행위에 물들어간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병원의 경영환경이 이처럼 치열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사들이 음주운전을 비롯해 불륜, 사기 등 각종 범죄의 주범으로 전락하고 있다면 사회에서 어떤 시각으로 의사들을 바라보겠는가. 아무리 의료 시장이 치열하고 경영환경이 악화된다 하더라도 일반인들의 눈에 의사라는 직업은 고액연봉자요, 선호직업임이 분명하다. 기껏 잡범처럼 행동해서는 안 될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그들 어깨에 짊어져 있다. 의사들도 좀 더 치열한 직업의식을 갖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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