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고생의 봉사활동이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되고 있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으레 거쳐야 할 '통과의례'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고교 및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봉사활동 점수가 필요하다.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고교입학전형(300점 만점)에 12점이 봉사활동 점수다. 중학교 재학중 연간 2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채우지 못하면 최하 3점을 따는 데 그칠 수 있다.
대학입시에서는 대학별로 봉사활동 점수 반영이 다르다. 예컨대 서울대는 고교 3년 동안 40시간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각 대학 입학사정관제전형 등에서도 '봉사왕' 간판을 달고 지원서를 내면 유리하다.
이 때문에 일부 중·고교생들은 '진정성 없는 봉사'를 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자발적으로 우러나오는 봉사가 아닌 오로지 점수를 따고자 복지지설을 찾는 셈이다.
심지어는 학업부담이 많은 자녀 대신해 부모가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확인서만 자녀이름으로 끊어다 주는 식이다. 시설 관계자와 입만 맞추면 가능한 일이다. 교육당국이 일일이 따라다니며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시설 관계자는 “아이가 급한 일이 생겨 대신 왔는데 확인서를 끊어달라는 요구가 간혹 있는 데 시설 입장에선 매몰차게 거절할 수도 없다”고 귀띔했다.
중·고교 봉사활동 점수는 이른바 '엄마 점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얌체'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인성교육과 나눔과 배려문화 함양이라는 봉사정신을 기대하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다. 중·고교 봉사활동의 사각지대도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이들은 안전행정부 또는 보건복지부가 인증한 기관에서만 봉사활동을 해야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인증기관은 전국적으로 3만여 곳에 달한다.
이 때문에 모내기 추수 등 농번기 일손이 부족한 농가는 중·고교생의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곳은 봉사활동 점수를 받을 수 없어서 학생들이 굳이 갈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식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 김명수 소장은 “중·고생들은 진학, 성적 등으로부터 요구를 받은 이른바 유도된 자발성으로 봉사활동을 한다”며 “이를 학점제로 생각하지 말고 나눔과 배려문화를 알아가면서 자신의 변화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관점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강제일 기자 kangk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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