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장 |
현재 IT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는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로 대변되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경쟁이다. 세계 GDP 1위인 미국의 대표기업과 불과 수십 년 전에 6·25 전쟁의 참화를 겪은 한국 기업 간의 경쟁은 마치 골리앗과 다윗의 한 판 승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민수분야에서는 세계 최첨단의 정보통신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이지만, 국방분야 정보통신체계는 이와는 정반대로 상당히 낙후되어 있다.
한국군은 6·25전쟁 후 미군으로부터 무전기(P-77), 전화기(TA-312), 교환기(SB-22) 등을 지원받아 사용하다가 점차 이들을 자체 개발하였고, 1990년대에는 독자적 통신체계인 스파이더(SPIDER)체계를 도입했다. 스파이더는 '거미줄' 처럼 촘촘한 격자형 통신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음성과 데이터를 전달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를 도입할 당시에는 최첨단 통신체계였지만, IT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데이터 전송속도가 사회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구식체계로 전락하게 되었다. 일례로 현재 스마트폰 데이터 전송속도가 초당 100메가(Mbps) 이상인데 반해 스파이더 체계의 전송속도는 4Mbps에 불과한 것을 들 수 있다.
현대전은 정찰위성과 무인기(UAV), 기동부대 및 포병부대 간 전장상황을 공유하고, 신속하게 지휘결심을 하고, 최단시간 내에 표적을 정확하게 식별, 타격하는 지휘통제(C4I)체계를 갖추어야 효과적인 전투수행이 가능하다. 그런데 현 스파이더체계는 이를 구현하는 것이 어렵고, 대용량 데이터의 고속전송이 가능한 새로운 통신체계를 구축해야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국군은 2006년부터 무선인터넷 와이브로(Wibro) 기술을 활용한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계획대로 2015년부터 구축될 경우에는 현재의 스파이더체계 보다 10배 이상 향상된 데이터 전송능력을 갖추게 되고, 또 부대 이동 간에도 교신 및 지휘통제가 가능하게 된다. 비유하자면 스파이더체계가 좁은 2차선 국도라면, TICN체계는 8차선 이상의 고속도로인 것이다. 좁고 꼬불꼬불한 국도에서는 대형차량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없지만, 넓고 양호한 고속도로에서는 대형 물류차량들이 신속하게 다닐 수 있듯이, 고속 대용량 데이터통신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의 군대는 보유하고 있는 각 무기체계들 간의 자동화 교신체계(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이 구축되어야만 정확한 정보공유 및 신속한 지휘통제가 실질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육군의 경우, 현재 전력화되고 있는 첨단 무인항공기(UAV), 전차, 다련장, 헬기 등 40여 종의 무기체계가 TICN에 기반한 교신체계를 구축하게 될 예정에 있다. 만약 TICN의 전력화가 늦어지게 되면, 각 무기체계들 간의 네트워크 구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통합전력을 발휘하는데도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이런 점을 적절히 인식, TICN체계가 2015년부터 반드시 전력화될 수 있도록 국방부와 군, 연구기관, 그리고 방산업체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하는 것이다. 사실 TICN 구축사업은 총사업비만 4조원이 넘고 120여개의 방산업체가 개발 및 양산에 참여하고 있다. 동 사업을 통해 군의 전력증강은 물론 국내 경제활성화 및 기술축적, 그리고 해외수출을 통한 경제적 이익창출 등의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정부 및 국회차원에서의 관심표명, 그리고 예산지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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