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서민들의 주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세난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대전도 예외는 아니다. 전셋값은 아파트 매매가 대비 60%를 넘어 70%에 육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중이 60%를 넘어서면 주택을 구매하려는 매매심리가 커져 거래가 활기를 띠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세가율 60%, 황금률'이란 공식도 깨졌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고,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전세 선호 원인이 되고 있다.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등의 영향으로 과거와 같이 매매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단편적인 세제 혜택이 아닌, 부동산 시장 변화의 흐름을 살피는 차원에서 정부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기응변식 정책이 전세난 키워=정부가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4·1부동산 대책 등 각종 정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지역의 전세난만 부추겼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대전의 매매가격은 위축된 반면, 전세가격은 상승세를 키우고 있다.
실제, 본보가 21일 한국감정원이 제공한 대전의 주택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기준지수 100) 대비 지난달 매매가격지수는 60㎡이하 100.7, 60㎡초과~85㎡이하 100.2, 85㎡초과~102㎡이하 99.8, 102㎡초과~135㎡이하 99.8, 135㎡초과 100.3 등으로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체감 가격은 하락한 셈이다.
반면, 전세가격지수는 기준지수가 100이었던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60㎡이하 104.8, 60㎡초과~85㎡이하 106.2, 85㎡초과~102㎡이하 104.7, 102㎡초과~135㎡이하 103.4, 135㎡초과 104.6 등으로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전세가격의 상승세는 전세물량에 대한 수요가 전세주택 공급량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임기응변식 부동산 대책 마련이 이 같은 전세난을 불러왔다고 말한다.
정부의 취득세 영구 인하 조치 검토가 전해지면서 일단 수요계층은 매매를 미루고 있다. 여기에 이달 하순 전ㆍ월세 대책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금융지원책 등 비현실적인 대책이 예상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왜곡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만 나온다.
▲매매-전세-월세 간 상관관계에 주목=지역 전세난을 이해하려면 매매시장과 전세시장, 월세시장 간 상관관계에 주목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높다. 단편적으로 둔산권 등 기존 도심에 거주하던 지역민들이 도안 신도시 및 노은지구 등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기존 주택의 매매가 원활하지 않아 발이 묶인 상태다. 결국 신규 개발지역에서 전세를 놓은 뒤 기존 도심에서 거주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후 기존 주택을 팔았다 해도 기존 신규 개발지의 전세 세입자들이 둔산권이나 원도심 등 그 빈자리로 이주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저금리시대를 맞아 원도심에서도 금리수익률이 낮은 전세보다는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는 자칫 상대적으로 원도심의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규제보다는 시장에 맡겨야= 전세난 해결에 대해서는 오히려 규제보다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최주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전시지부장은 “사실상 해결책은 없지만, 너무 많은 규제로 인해 시장이 왜곡돼 있다”며 “시장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입주물량 공급에 따라 자연적으로 전세난이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혜택을 주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김종호 부동산114 대전충청지사장도 “제도의 문제라고만 보기는 어렵고 월세 시장으로 돌아서는 부동산 시장의 추세에 따를 필요성이 있다”며 “단편적인 전ㆍ월세 시장에 대해 혜택을 제공하기보단,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고 큰 틀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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