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쌀뜨물 - 쓸모 있는 음식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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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쌀뜨물 - 쓸모 있는 음식쓰레기

[우리문화를 아시나요]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 승인 2013-08-20 15:12
  • 신문게재 2013-08-21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환경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버려지는 생활 쓰레기나 산업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음식물과 일반쓰레기의 분리는 물론이고 재질별로 분리하여 버리도록 계몽도 하고 노력도 하고 있다.

최신 발명품이라 하여 가정용쓰레기 처리 전자제품도 나오고 있다. 버려지는 쓰레기를 선별하여 재활용하고자 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산업쓰레기의 경우는 대규모 재활용 공장들이 있어서 재활용 비율이 높지만 일반 가정의 생활쓰레기들은 관리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특히 음식물쓰레기의 경우 더욱 힘들다. 고형분의 음식물쓰레기는 그런대로 쉽게 모아져서 퇴비 등으로 재활용될 수 있지만 액체형의 음식물 쓰레기는 싱크대 배수구를 통하여 흘려버리면 그만이다.

이쯤에서 우리 선조들의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대한 슬기를 한번 돌아보자.

액체형 쓰레기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쌀뜨물이었다. 쌀뜨물은 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을 때, 쌀을 씻고 난 우윳빛 물을 말한다. 방앗간에서 찌은 쌀의 표면에는 미세한 가루들이 묻어 있다. 이 미세한 가루에는 여러 가지 영양소들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 미세한 가루가 물에 씻겨 나온 것이 바로 쌀뜨물이다.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들께서는 이 쌀뜨물을 소중히 다루었다. 쌀뜨물은 귀중한 식재료 가운데 하나였다. 요즘으로 말하면 요리의 바탕재료인 육수에 비유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쌀뜨물로 국이나 찌개 등을 끓이는데 썼다.

특히 거의 매일 아침 빠지지 않는 된장찌개를 끓이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재료였다. 된장 투거리에 쌀뜨물을 붓고 여러 가지 재료들을 넣은 뒤에 아궁이 불에 올려서 끓여내는 된장찌개는 그 맛을 비길 데가 없었다. 특히 짚불로 끓일 때 불기운과 함께 날린 재티가 내려 않아 있는 된장찌개의 맛깔스런 모습과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의 고혹적인 내음은 식욕을 돋우곤 하였다. 쌀뜨물을 넣고 끓인 김칫국 또한 비길 데 없는 맛이었다.

요즘 다시 쌀뜨물이 주부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 과학적인 분석 결과 유용한 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어서, 세안이나 얼굴 마사지 등의 미용재료나 설거지용 천연세제로 쓰거나 미생물을 활용한 쌀뜨물 발효액을 세탁이나 냄새제거, 야채나 화초를 기르는데 좋다고 한다. 쌀뜨물을 소중하게 재활용했던 선조들의 과학 슬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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