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국 서예가·전 대전시의회 의장 |
하기야 몇 달 전 부터 해외여행비행기 예약에 호텔예약까지 갖춘 호화판 피서 귀족들에겐 바닷가나 산장이 그저 낭만과 행복의 별천지일지 모르겠지만 중산층과 그 이하의 서민층에겐 피서(避暑), 즉 더위를 피하는 게 아니라 더위를 입거나 잔뜩 얻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올 여름 필자는 주말이면 피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뒷모습을 관조(觀照)하는 수행의 길로 4대 관음성지(觀音聖地)와 강원도를 비롯해서 경상도, 전라도의 명산대찰(名山大刹)등을 두루 거쳐 땅 끝 마을에서 진도까지 다녀온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피서 철로 해수욕도 절정기에 해당되는 때라 승용차 여행인데도 괴로운 시달림을 겪었다. 승용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이젠 승용차는 결코 피서지의 편리한 여행수단이 되지 못한다. 인파(人波)란 말이 있지만 그 인파를 실어 나르는 게 기차도 버스도 아닌 이 승용차의 차파(車波)다.
이런 판이니 중간에서 운전부주의로 충돌사고가 한 두건 만 생겼다고 하면 30분내지 1시간 이상 차에서 기다리는 사례도 보통이 아니겠는가.
차제에 당국에 건의하고자 하는 것은 우선 영동고속도로의 차선을 현재보다 좀 더 넓히든지 1일 차량대수의 통제방법(가령 일련번호로 몇 천대 이상은 어느 행선지에 못 간다든지 하는 식으로)이라도 시행해야 할 판이다. 실제로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국립공원에 들어갈 수 있는 정원을 정해놓고 한사람이 나와야 한사람을 더 입장시키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차량도 그런 식으로 통제함이 필요할 것이다. 차량이 이렇게 많이 몰리다 보니 휴게소 등에 주차공간은 말할 나위도 없고 식당과 매점 등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는 실정이다.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대체로 피서지나 국립공원 등에 다음과 같은 너댓 가지의 문제는 이제 당국이 방관만 하지 말고 행정력을 발휘하여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피서 인파의 조절 내지는 조정이다. 어느 유명 해수욕장이나 국립공원에만 죽자 사자 몰리는 경향을 연중 홍보나 계몽을 통하여 그리고 서두에서 지적한 차량 통제 등을 통하여 조절되었으면 하는 바램 이다. 한군데 많이 몰리기 때문에 바가지요금, 숙박난, 주차난, 심지어 각종 사건 등 민생치안 문제까지 대두되는 심각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둘째, 휴가기간의 조절 내지 안배다. 비록 7월 말에서 8월 한 달까지가 크게 더운 편이지만 휴가를 각 관공서나 회사에서 그때만 집중적으로 시행하지 말고 7월과 8월, 약 2개월간을 잡아 윤번제로 실시하거나 아예 봄 휴가나 가을, 겨울 휴가도 마련하여 연중 꾸준히 휴가객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셋째, 등산객이나 해수욕객의 환경오염 내지는 자연 파괴행위의 철저한 규제로 처벌의 강화문제다. 지금 우리나라의 좁은 국토는 그 중에서도 명산이나 좋은 바닷가는 관광객, 해수욕객이 쓰고 버리는 쓰레기, 오물 등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다.
넷째, 과소비, 낭비, 사치풍조의 개선으로 올바른 레저관광문화의 확립이다. 내가 벌어 내가 한때 신나게 쓰는데 무슨 참견이냐고 하겠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엔 잘사는 사람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다. 내가 왜 뒤질세라 돈을 뿌리며 호화판 휴가를 다니는 풍조, 관광지 유원지에서 사치, 향락, 음란행위, 도박, 폭음 등등 아직도 우리는 진정한 휴가가 무엇이고 참된 피서행각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채 그저 기분대로 자유낭분하고 있는 사례가 허다한데 이점도 크게 반성하고 자제해야 할 것이다.
휴식은 휴식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기 보다는 다음의 일과 격무를 위하여 몸도 마음도 잠시 식히고 에너지를 여축한다는데 더 큰 뜻이 있는 것이다. 피곤한 피서, 몸살 날 것 같은 휴가, 괴롭고 지긋지긋한 여름이 아닌 보다 알차고 건강한 피서가 되기 위하여 보다 지혜롭게 대처해야할 시대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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