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물 부족에 대한 각종 예측에도 생존 자체와 직결된 '위협'이라는 절박함이 없다 보니 지하수 이용량 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지난달 미국 환경운동가가 한국 등 18개국에 지하수 고갈에 따른 식량위기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보충되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게' 지하수를 마구 퍼낸다는 경고였다.
이 같은 메시지는 지하수 이용률(개발가능량 대비 이용량)이 51.5%로 전국 평균 29.5%을 훨씬 상회하는 충남에도 우선 적용될 수 있겠다. 물은 반드시 돌고 돌지 않으며 늘 재생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사후관리 미흡으로 고갈이 가시화되기 전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지하수 자원이다.
따라서 지자체별 물 수급현황, 물 재이용 및 수요량 등 과학적인 분석을 내놓는 게 먼저다. 총량관리제나 이용부담금 제도가 유력한 대안이지만 당장 쓸 물 구하자고 수원 자체를 파괴하는 식의 무분별한 지하수 이용부터 체계적으로 금지돼야 한다. 빗물을 지하수 대신 이용해 청소와 농업용수를 공급할 저류·저장시설 확보도 비중 있게 다뤄질 부분이다.
현재로서는 지하수 총량보다 더 지자체의 물 정책 부재를 걱정할 단계라고 본다. 지하수 의존도를 줄이고 빗물, 하수처리수 등 친환경적 물 자원 활용 대책, 가뭄과 홍수에서 안전한 치수 관리, 산성비나 산업폐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문제까지 총체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서천지역에서 며칠 전 시작된 지하수 보조 관측망 설치도 검토해보기 바란다.
당진과 서산 외에 지하수 이용률이 현저히 높은 태안, 그 뒤를 잇는 홍성, 논산, 아산, 보령 등 모든 시·군이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높은 지하수 이용률을 지금 이대로 방치하면 2023년 이후 또는 이전에라도 지속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질 때다. 지하수 고갈 사태가 지역발전의 아킬레스건이 안 되도록 충남도와 각 시·군은 선제적인 물 관리 능력을 키울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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