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꿉시다]기부액 14위 꼴찌 수준… 대전 '착한 기업'이 없다

[바꿉시다]기부액 14위 꼴찌 수준… 대전 '착한 기업'이 없다

개인 소액기부 의존 높아… 중소업체 동참 유도해야

  • 승인 2013-08-04 16:46
  • 신문게재 2013-08-05 1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사회적 자본이 희망이다- 이제는 바꿉시다] 23.기부문화

#올해 스무살. 부여에서 태어났다. 무책임하고 방랑벽이 있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사춘기에 들어서자 아버지와 불화를 겪는 어머니가 미웠고 품삯을 받아 겨우 생활하는 모습이 우스웠다.

방황하다 고등학교를 자퇴했고 지난해 한 남성과의 일회성 만남으로 임신까지 이르게 됐다. 남성의 전화번호와 이름은 모두 가짜였고 사는 곳도 몰라 연락할 방법이 없었던 상황. 아이를 출산 후 입양을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2.65kg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기의 얼굴을 보니 떼어놓을 수 없었다.

아이를 기르기로 어렵게 결심했고 홀트아동복지회의 미혼모자시설 ‘아침뜰’에 입소했다. ‘부모’가 되어보니 자신이 무시했던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을 깨닫게 됐다. 어머니께 용서를 빌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도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 합격했다. 간호조무사가 되고자 하는 목표도 생겼다.

그러나 홀로 아기를 키우기에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학원비에 교재비, 교통비와 식비까지 한달에 최소 130만원은 있어야 하는 상황. 막막한 그녀에게 국제소롭티미스트 뉴대전클럽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 지난달 11일 장학금 수여식을 갖고 결연을 맺은 날, 아기를 품에 안은 그녀는 모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돈'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은 '나눔'이라고 하지만 대전의 기부문화는 타지역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2012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 현황에 따르면 대전은 72억여원을 모금, 전국 16개 지회 중 14위, 꼴찌에서 세 번째를 차지했다. 충북의 73억여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충남은 132억9800여만원으로 전국 4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대전은 2007년부터 모금액이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매년 목표달성은 했지만 크게 늘어나지 않는 편이다. '십시일반' 개인의 기부에 크게 의존하는데다 목돈을 기부할만한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금 기부액 46억 중 개인 모금이 23억원으로, 기업모금 23억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1000원짜리 CMS 자동계좌이체를 통한 모금이 가장 많으며 매월 고정으로 자동계좌이체를 통해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개인은 약 3만명 정도다.

타지역에 비해 개인기부는 활발한 편이지만 고액기부나 기업기부는 상당히 저조하다. 1억 원 이상을 기부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소사이어티’(고액기부자 클럽) 회원은 6월12일 현재 전국 300명 회원을 달성했으나 대전은 8명에 그치고 있다.

기업들의 기부도 부진하다. 대기업은 본사가 있는 서울에서 기부를 총괄하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 선뜻 기부를 하겠다고 나서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오세헌 모금사업팀장은 “대전에는 대기업보다도 중소규모 기업들이 많아서, 이들 기업의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착한 기업’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오 팀장은 “기부는 처음이 어렵지 한번만 시작하면 꾸준히 하게 되는 만큼 중소기업들이 소액이라도 기부를 시작하는, 계기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중소기업 CEO들의 기부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부 안내전화 :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042-347-5171.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042-489-8495.

김의화 기자 Apr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