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동료 탤런트 지성과 결혼 발표를 한 이보영이 과거 그녀가 좋아하는 스킨십으로 “어부바”를 꼽으며 “제가 가서 그냥 업히죠”라고 했던 발언이 화제가 됐다. 그런가 하면 영화 '도둑들'의 1천만 관객 돌파 기념으로 주인공 김수현이 내세운 이벤트가 관객 업어주기였다. 포옹 문화, 안는 문화 대신 우리는 업고 업히는 문화가 대세다. 적어도 전통사회에서는 그랬다.
맞고 틀림,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닌 것이 문화지만, 어부바는 우선 정서 발달에 좋다. 업는 사람 뒤통수만 보이는 문화가 소통과 평등의식을 저해한다고도 하나 체온을 느끼고 심장박동을 듣는 게 어디인가. 인디언들은 아기 팔다리를 묶고 엄마와 등을 맞댄 채 업는다.
우리 전통 육아 방식에서는 목을 가눠 업히기 시작할 무렵 도리도리를 한다. 머리를 흔드는 도리도리는 척수와 뇌수의 균형발전을, 손뼉을 치는 짝짜꿍은 뇌 기능을 활성화한다. 쭉쭉이는 아주 훌륭한 베이비 마사지다. 또 손과 눈의 협응을 돕는 잼잼, 좌우와 전후로 흔드는 전신운동인 불아불아, 다리 힘 기르는 섬마섬마를 한다. 이 세상을 환히 비칠 빛이 되라며 불아불아, 어른 공경하라며 시상시상, 하지 말라는 행동을 경계할 때는 애비애비[業非業非] 등 세상 이치까지 가르쳤다.
이 같은 육아법이 여러 각도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유모차의 발상지 미국에서조차 애착육아라며 포대기('podeagi'로 표기)를 즐겨 찾는다. 신기하게도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나서 투자자를 직접 업어줘 뉴스를 탄다. “투자하는 분들을 업고 다녀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복창하며 희대의 행위예술(?)을 펼친 것까지는 좋았다.
일은 곧 그 다음에서 꼬였다. 수도권 대 비수도권이 아닌 기능에 맞는 규제완화랍시고 전반적인 산업시설 입지 규제완화에 대한 의중을 드러낸 점, 결과적으로 어부바 퍼포먼스를 희석시킨 점이다. '업다'에는 세력과 배경 따위를 배후 기반으로 삼다, 어우르다, 어떤 일에 끌고 들어가다(그밖에, 수컷이 암컷을 성적으로 관계하다)의 뜻도 있다. 업어주기 전통에는 무엇보다 진심과 애정이 배어 있었다. 어떻게 봐도 먼저 먹여주고 업어줘야 할 쪽은 지방(지역)이다.
현 부총리의 어부바에서 또 생각난 건 '업어다 난장 맞힌다'는 옛말이다. 애써 한 일이 손해를 부를 수 있음을 경계함이다. 가까이 두고 먼 곳에서 찾으면 '업은 아이 삼년 찾기'라 했다. 규제완화, 규제개혁, 규제혁파 어느 것이든지 똑바로 안 하면 그런 꼴이 난다. 이왕 어부바로 기(氣) 살리려면 이몽룡의 고급기술 정도는 구사가 가능해야 한다. 참, 요즘의 복중 더위에는 너무 오래 업으면 엄마 체온으로 아기가 탈수현상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업는 데도 약간의 지혜가 필요하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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