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센호프 전망테라스에서 내려다본 드레스덴 시가지.
|
여행에서 얻는 쾌감은 바로 이런 맛이 아닐까!
비록 짧은 일정의 해외출장였지만 문득 20여년전 유학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들뜬 마음은 이미 목적지의 구석구석을 돌아 다니고 있었다.
장마와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7월의 마지막 한 주일은 그렇게 맘껏 독일 드레스덴에 취했다.
드레스덴.
독일 동부 작센주에 위치한 이 도시는 우선 히틀러가 가장 좋아했다는 도시이기도 하다.
‘숲속의 마을’이라는 뜻의 드레스덴은 우리에게 세계적인 과학도시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말이다.
드레스덴은 대전보다 약간 작은 면적이지만 인구수는 서구주민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고고한 역사와 함께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엘베 강가에서 괴테가 왜 드레스덴을 ‘유럽의 테라스’라고 했는지 알만하다.
실제로 엘베강가에 위치한 브릴이라는 테라스는 워낙 유명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독일 통일전 동독에 위치한 드레스덴은 2차 세계대전때 폭격을 받아 상당한 피해를 봤지만 종전과 함께 복구가 많이 됐고, 통일과 더불어 곳곳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지역에서는 폭격으로 무너진 잔해속에서 철저한 고증을 통해 지금도 복원을 하고 있는 현장이 눈에 띄기도 한다.
세종시의 모델로 이름이 올랐던 드레스덴은 이제는 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의 모델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기초과학과 응용연구소, 사이언스 파크와 다국적 기업, 그리고 중소기업과의 연계, 벤처창업과 기업유치 등 한마디로 연구개발에서 제품판매까지 전과정을 선순환 구조로 이뤄진 일명 드레스덴 시스템은 과히 벤처마킹할만한 대상이다.
과학벨트를 두고 제각기 딴 생각에 미쳐(?)있는 대전지역의 현실을 놓고 볼때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어지러운 머리를 식힐 겸 일행을 따로하고 혼자서 엘베강을 찾았다. 괴테처럼 강가를 거닐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기초과학을 다지자는데 원안은 어떻고 또 변경안은 어떻다는 건지를.
그리고 원안은 정부의 속내가 훤히 들여다 보이면서 한마디로 싫다는 데, 아니 정부에서는 아예 기초과학입국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이는데 어떻하자는 건지.
그렇다고 변경안은 정부에서 강력히 추진할 의지가 또 있는 건지 역시 문제다.
결국은 과학벨트와 관련 정부에서는 사업의지는 없는데 -원안의 경우 드러내놓고 싫다고 하면서- 변경안은 마지못해 처음에 하기로 했던 약속인만큼 할 수 없이 그렇게라도 할 수 있다면 어찌어찌 해보겠다는 거 아닌가.
그럼 현실적인 대안은 뭘까?
상식과 비상식, 논리와 어거지를 떠나 기초과학을 다질 수 있는 거라면 우선 장소를 떠나 시작부터 해야하는게 아닐까.
드레스덴은 대전과 밀접한 관계가 또 있다.
사회적 자본이다.
지난해 드레스덴을 방문한 염홍철 시장은 이곳에서 일명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사회의 변화를 유도하고 주문했다.
신뢰를 일깨우고, 믿음을 다지고, 사랑을 나누고, 봉사를 다지는 그래서 사회와 소통하는 사회적 자본은 곳곳에서 변화의 바람을 갈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속에서 염 시장은 또 한번 드레스덴 구상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대전사람이다.
세계속의 대전인.
사회적 자본과 궤를 같이하면서 글로벌 대전의 이미지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이 대한민국을 상징한다면 라인강의 기적은 독일을 지칭한다.
통독이후 독일의 거점지가 드레스덴이라면 대한민국의 거점은 바로 대전, 대전인, 과학특구 대덕이다.
유럽의 테라스 드레스덴에서 대덕의 기적을 일깨우는 답은 이제 우리가 찾을때다.
이승규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