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의대 설립 경쟁 지역이 있다. 저마다 균형발전이나 산업단지 밀집 등 의료서비스의 취약함을 내세워 공공연히 의대 설립을 추진해왔다. 지방의회의 결의안 채택과 서명운동도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표현만 달랐지 '지역 맞춤형'도 닮은꼴이다. 1990년부부터 줄기차게 의대 설립을 요구해온 지역도 있다. 여러 지역의 숙원사업이라는 뜻이다.
내포신도시에 종합병원 터까지 마련해둔 충남의 경우도 서해안권 의대 설립 추진은 민선 4기 이전으로 소급할 수 있다. 그때의 명분은 내포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더욱 확장됐다. 고령인구 증가, 도서 벽지 등 지역 의료 인프라 구축의 당위성을 갖췄다. 다만 중앙부처 승인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지역에 의대와 대학병원이 없다는 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다른 지역도 의대 설치 열치가 뜨겁고 각자 나름의 논리로 무장하고 있다. 공주대 의대의 설립 근거를 보다 정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지방 국공립대 중 의대가 없다는 걸 강조하면 몇몇 지역에서는 광역시·도 가운데 의대가 없음을 내세울 것이다. 창원 같은 경우는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에 의대가 없다고 대응할 게 뻔하다.
특히 충남은 단국대, 순천향대, 건양대 등 대학병원이 내륙에 위치하고 도내 의료인이 편중돼 있다는 점까지 구체적인 근거로 부각시켜야 한다. 의료법 개정에 따라 2018년부터 의대 평가인증이 강화될 예정인데다 의대의 특수성에 비춰 질적인 면이 고려될 것이다. 교육 부실이 드러난 서남대 의대 사례도 참고사항이다. 폐과 가능성 있는 서남대 의대 사태의 반사이익에 기대려는 다른 지자체를 따라 해서도 안 된다.
건실한 의대 설립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 수급 해결 등 타당성을 인정하더라도 과거 정권처럼 정치적으로 떡고물 나눠주듯 승인해줄 시대는 지났다. 의대 신설을 둘러싼 논란 또한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기본 입장은 의대 설립 자체에 회의적일 정도로 신중 모드다. 정치권과 도민이 의대 설립 당위성에 힘을 보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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