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맘대로 업체 선정 '곪아터진 납품비리'

  • 사회/교육
  • 법원/검찰

제맘대로 업체 선정 '곪아터진 납품비리'

형식적 입찰에 검수기능 부실… 도덕적 해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

  • 승인 2013-07-02 17:57
  • 신문게재 2013-07-03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국립보건연구원 소속 연구원의 비리는 시약 구매절차 무시와 검수기능 부재, 도덕적 해이가 만들어낸 구조적 비리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우선 질병관리본부는 경쟁 입찰을 통해 연구에 필요한 시약을 구매해야 함에도, 연구원들은 절차를 무시했다. 자신들이 임의로 특정 납품업체를 선정해 시약을 납품받았다. 이른바, '선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연구원들은 선납업체를 선정해 준 대가로 금품을 받았고, 납품업체 또한 선납을 통해 지속적으로 시약을 납품할 수 있었기에 연구원들과 납품업체 사이에 유착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시약 구매의 원칙적 절차인 입찰은 선납된 시약 대금을 정산해주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했고, 이는 이번 수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수년간 계속돼왔다.

시약 검수기능의 부재도 문제로 꼽힌다. 2012년 4월 이전까지 질병관리본부에는 입찰 품목의 납품 여부를 확인하는 검수 절차가 아예 없었다. 다시 말해, 납품업체가 연구원들과 결탁하면 시약을 납품하지 않고도 시약대금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4월에 검수절차를 위해 설치한 중앙물품공급실 역시 시약의 품명과 수량만 확인할 뿐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아 실질적인 검수기능을 하지 못했다. 실제,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연구원들은 파란 색소를 물에 타 진짜 시약과 같은 외형이 같은 가짜 시약을 만들어 납품받았고, 이 가짜 시약은 다음 납품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다시 업체에 돌려주기까지 했다. 검수기능만 제대로 작동됐다면 선납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연구원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다. 월급여가 200만원 정도인 일부 연구원은 납품업체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아 명품가방과 보석을 사고 여행경비로 사용하는 등 사치생활을 했다.

구속된 보건연구관은 시약 제조정보를 제조업체에 알려주고, 자신이 만든 가공의 유통업체를 통해 시약을 부풀린 가격으로 납품하는 등 국가의 연구비를 개인적으로 착복하기도 했다.

이정호 특수부장은 “구조적 범행을 규명해 비정상적 시약 구매 관행과 기능을 못하는 검수 절차 등을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수억원을 낭비한 연구원들을 엄벌해 국가 연구개발 예산의 누수를 차단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충남대학교 동문 언론인 간담회
  2.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3.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4.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5.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대전·세종 낙폭 확대
  1.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2.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4. '꿈돌이가 살아있다?'… '지역 최초' 대전시청사에 3D 전광판 상륙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2000만 원 귀금속 훔쳐 도주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