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가 존재하기까지는 전란도 따른다. 전란이 있으면 국가수호 전몰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모든 국가는 그 전란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현충일은 1956년에 지정됐다. 현충일이 6월 6일인 이유는 우리민족의 풍습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24절기중에 손이 없다는 청명일과 한식일에는 사초, 성묘를 하고 망종때는 제사를 지내왔다. 그래서 1956년 제정 당시 망종일인 6월 6일이 현충일로 지정돼 해마다 국가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이처럼 6월은 호국보훈의 중요성을 깨닫고 되새겨보는 의미있는 달이지만 호국보훈의 참 뜻은 갈수록 퇴색되고 국민들의 의식에서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올해 일부 대학생들은 현충일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클럽 파티를 열기로 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기리는 날이 노는 날로 전락한 것 같아 안타까움을 줬다. 대전의 일부 성인나이트클럽은 현충일 당일에도 평소와 같이 영업한다며 호객행위를 벌였다. 과거엔 술을 파는 유흥업소들도 현충일 당일만은 경건한 사회분위기에 동참하려고 영업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가무는 삼갔던 나름의 규범이 있었다.
국가도 나라 희생자들을 위해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 6·25전쟁 전사자들의 유해를 제 때 수습하지 않아 아직도 전사자들의 영혼이 산하를 떠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능 과목에서 한국사를 배우지 않으니 젊은 층들의 역사인식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 그러니 현충일 의의는 물론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애국가를 모르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역사교육 부재가 초래한 결과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역사교육 방식에 있어서 일방적인 부분은 있었지만 그런 것들을 통해 '왜 현충일이 존재하고 호국장병의 넋을 기리는지' 이해는 됐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에게는 묵념해야 할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우리사회 내 이념적 진영 논리도 국가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니 역사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역사교육의 부재도 답답하지만 하나로 모이지 않는 국가관은 더 심각한 문제다. 6·25만 해도 이것을 오도하는 역사관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렇다 보니 같은 뜻으로 선열들의 뜻을 기리기도 쉽지 않다.
6·25의 표기도 혼란스럽다. '6·25사변''6·25 동란'에서 이제 '6·25 전쟁' 또는 '한국전쟁'으로 불려진다. 정확한 역사적 표기가 아쉽다. 올해 발행돼 사용중인 달력에도 과거 호칭인 6·25사변으로 표기돼 있다. 이제라도 근본적으로 올바른 역사교육관 성립이 필요하다.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나라 정체성은 흔들릴 수 밖에 없고, 잊혀져가는 역사로 남게 될 것이다.
김덕기·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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