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국, 서예가·전 대전시 의장 |
예부터 우리나라에는 사례(四禮)의 하나로 관례(冠禮)란 것이 있었다. 이것이 곧 성년례(成年禮)였으며 혼례(婚禮)보다도 더 중요시 했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인생살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보여주는 의식이다. 지금도 원시사회에서는 어른이 되기 위한 성년식에서 자기 집으로부터 격리되는 일, 육체적 시련을 이기는 일, 신체에 여러 가지 장식을 하는 일, 종교적 사회적 교육을 받는 일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어른이 되게 하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른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자랑이요, 기쁨이요, 긍지다. 그러나 거기에는 참기 어려운 아픔도 수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에 이 성년례를 엄숙하게 집행함으로서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더 깊게 부각했으며, 원시사회에서는 견디기 어려운 신체적 고통과 시련을 부과하고 이를 극복하는 청년에게만 어른의 특권을 주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고통이 너무 커서 혼절(魂絶)을 하는 청년도 있다. 이렇듯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고통이 수반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하고, 육체적. 정신적 고통도 이겨내야 하고, 그 사회가 요구하는 종교적 사회적 제도적 규범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성년이 되어서도 이런 것들을 지키고 수행할 수 없다면 그는 진정한 성인이 아닌 것이다. 미숙아로 남을 따름이다. 미성년일 때에는 부모의 무릎아래(슬하)에서 부모의 보호와 동시에 명령과 금지를 잘 따르기만 하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성년이 되면 스스로의 발로 일어서고 걸어가며,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성숙으로 이르는 길은 긍지와 아픔이 동시에 따라감을 이해해야 한다. 성숙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일생의 과업이다. 그러나 오늘 성년이 되는 사람이면 성숙된 어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생각하고 살아가야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성숙된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
첫째는 성숙된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성숙된 사람은 남을 헐뜯고 모함하는 언어보다는 남에게 호의적인 관심을 보이고 격려해 주고 사랑하는 말을 하는 사람일 것이다. 언어가 어린아이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아직 어른이 아니다. 말투도 말의 내용도 다 어른스러워야 한다. 언어는 성숙된 사람의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둘째는 성숙된 어른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부모나 어른이나 교사가 하래서 하는 사람은 아직 어리고 책임의식이 없는 사람이며 스스로가 할 일을 결정하고 수행하는 사람이 성숙된 성인인 것이다. 우리가 자칫하면 무책임의식이 마치 기본 권리인양 생각하는 잘못된 시각을 갖기 쉬운데, 이 무책임 의식과 권리의식을 혼동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셋째는 성숙된 성인은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며 자기의 격한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갖는다. 느낌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때로 동물들처럼 조잡하고 난폭해지기가 쉽다. 어린아이처럼 철이 안든 사람이기가 쉽다. 그러니 자기의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는 이른바 자제력(自制力)을 갖는 사람이 진정으로 성숙된 어른이 될 수 있다.
넷째는 성숙된 성년은 세상을 볼 때 여러 각도에서 넓게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자기의 입장에서만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도 세상을 보는 눈을 갖는 사람이다. 아주 좁은 소견으로 세상의 어떤 한 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넓게도 보고, 여러 각도에서도 보고, 눈을 크게 뜨고 보는 사람일 것이다. 그래야 그는 폭넓은 인간이해를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시행착오를 덜 범하여 실수도 덜하고 하늘만 쳐다보거나 땅만 내려다보는 소견 좁은 인간이 되지 않는 것이다. 성숙된 성인은 인생의 룰을 지키는 사람이다. 룰을 어기는 사람은 이 인생의 무대에서 빨리 떠나야 한다. 궁극적으로 성숙된 성년은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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