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스탄불’ 발품 팔아야 많이 본다-상
이스탄불은 도시가 형성된 기원전 660년 그리스시대에는 비잔티움(Byzantium)이라고 불렀으며 서기 330년 콘스탄티누스가 동로마제국의 수도로 삼으면서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이라고 불렀다. 1453년 술탄 마흐메드 2세가 이곳을 점령하면서 오스만제국의 중심적인 도시가 되었다.
보스포러스 해협의 남쪽 입구에 있으며,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있다. 1923년까지 1600년 동안 수도였던 이스탄불에는 그리스·로마시대부터 오스만 제국시대에 이르는 다수의 유적들이 분포해 있다.
곳곳에 펼쳐진 유적들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많이 걷고, 많이 보고, 많은 것들을 가슴에 담아야 한다.
#1.성 소피아 성당 (Hagia Sophia)
▲성 소피아 성당 출입구 |
하기아 소피아(Hagia Sophia)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신성한 지혜(Holy Wisdom)’를 의미한다.
비잔틴 제국의 전성기였던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유스티니아누스 1세, Flavius Petrus Sabbatius Iustinianus, 483~565, 재위 527~565) 명에 의해 532년부터 5년에 걸쳐 지어진 이 성당은 그후 1520년 스페인의 세비야 성당(Seville Cathedral)이 완성되기 전까지 약 1000년간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건물로서 명성을 떨쳐왔다.
당시의 장비로 볼때 이토록 큰 건물을 지었다는 점과 중앙돔이 기둥없이 세워진 형상에 수학적 계산되지 않는 건축으로 ‘7대 불가사의‘중 하나다.
원형지붕의 긴 복도를 따라 사원의 중앙으로 들어가면 모자이크 성화로 표현된 예수와 성모마리아의 벽화를 볼 수가 있다. (기독교 성화는 대다수 모자이크로 되어 있다)
양쪽으로 이슬람의 문양이 거대하게 걸려있는 장관은 기독교 정교와 이슬람교가 공존하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성 소피아만의 이질적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역사적 진실은 이러하다.
▲성 소피아 성당의 이슬람 문양 |
기독교 총 본산으로서 종교생활의 중심지였던 성 소피아 성당은 1453년 오스만투르크의 콘스탄티노플 점령을 받게 된다. 정복자인 술탄 마흐메드 2세는 아름다운 성당을 부수기보다는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택하게 되고 그 방법이 이슬람사원으로 개조한 것이다.
예수의 탄생과 부활을 그려낸 색색의 모자이크 성화들을 모두 지우기 보단 그 위에 회반죽으로 덮는 방식의 훼손을 선택했던 것이다.
한창 복원중인 이곳은 강제적으로 벗기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떨어져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정복자는 과거의 영광을 모두 지우려 하지면 역사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에 더 큰 교훈을 얻는다.
부분적으로 벗겨져 속살을 드러낸 기독교 성화와 두텁게 덧칠된 이슬람 문양의 벽들이 공존하는 지금의 모습을 지닌채 1935년부터 박물관으로 개방된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2층으로 올라가면 내부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중앙의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 천정화 모자이크 아래 세워진 비뚤어진 이슬람 제단을 볼 수 있다.
▲성 소피아 성당 제단과 이슬람 문양(비뚤어진 제단을 확인할 수 있다) |
미흐랍, 밈베르(MIMBER/MIMBAR)이라 부르는 그 제단의 방향은 이슬람의 본고장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이슬람의 성지로 무함마드 출생지)를 향해 설치된 것으로 아름다운 성당구조에 대항하는 비뚤어진 형상으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그 위에 양쪽으로 걸린 이원판은 알라 무하마드 같은 이슬람교의 대표 성인들의 이름이 적힌 것이다.
▲성 소피아 성당 데이시스 모자이크 |
2층 구석에서 본 데이시스 모자이크 성화는 가운데가 예수 그리스도, 왼쪽이 성모마리아, 오른쪽이 사도 요한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예수의 눈이 나를 바라보는 것을 느낄수 있다. 방향을 바꾸어도 시선이 따라오는 기법으로 언제나 나를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표현 한다.
#2.톱카프 궁전(Topkapi sarayi)
▲톱카프 궁전 입구 |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1453년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후 이곳에 최초로 세운 궁전이 바로 톱카프 궁전이다.
현재 이 세상에 남아있는 궁전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것중의 하나이다. 약 20만 ㎡의 넓이에 5km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 궁전은 1954년부터 여려가지 유물을 관광들에게 개방해 놓고 있어 당시의 터키 문화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톱카프 궁전 보석관 입구 |
정원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보석관과, 종교 전시관이 있는데 보석관에는 3kg의 에메랄드로 장식된 황금단검, 86캐럿의 스푼 다이아몬드 등 190여점의 보물과 의상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쉽게도 촬영 금지라 침이 꿀꺽 넘어가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물방울 다이아의 모습을 찍지는 못했다.
▲톱카프 궁전 천정문양 |
반대쪽 전시관에는 모세의 지팡이와 다윗의 칼, 요셉의 터번 같은 성경에 나오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의아스럽다. 보존상태가 훌륭한 모세의 지팡이는 길이 1.2m정도나 될까. 기원전 13세기정도로 추정되는 모세의 나무지팡이가 남아있었다니…. 모세는 이슬람에서도 아주 중요한 예언자다. 무슬림은 모세의 지팡이를 성물로 여기고 그 앞에서 경건히 기도한다.
다윗 역시 기원전 10세기의 사람이니 반짝 반짝 빛이 나는 3000년 묵은 그 청동검(?)앞에서 ‘믿고 안믿고’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다른 종교, 다른 문화의 믿음을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 기본예의라 생각하기에 상념을 떨쳐낸다. <계속>
고미선 기자 misun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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