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법원 성범죄 역이용도 천태만상

모텔방 잘못들어갔다가… 만취女가 덮쳐놓고…

대전법원에는 하루에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성(性) 범죄 관련 재판이 쏟아진다. 사연도 다양하다. 악질 성범죄자도 많지만, 억울하거나, 황당한 사건도 적지 않다.

▲모텔방 잘못 들어갔다가=30대 초반의 남성 A씨가 피고인석에 앉았다. 정장차림에 넥타이를 맨 남성의 혐의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이다.
A씨는 입사 1년이 안 되는 신입사원이다. 회사 워크숍을 끝내고 선배들과 술을 마셨다. 숙소인 모텔로 가던 중 선배들을 먼저 보내고, 30분 후 숙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정확한 호실이 기억나지 않았다. 헤매다가 문이 잠기지 않은 모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두운 방안에 술 냄새가 진동하는데다, 늦은 시간이라 조용히 침대에 올라가 곯아떨어졌다.

그런데 잠시 후 비명에 눈을 떴다. 눈앞에는 여성이 앉아 있었고, 이어 누군가 A씨를 제압해 경찰서로 끌려갔다. 조사 결과, A씨는 숙소가 아닌 남성과 여성이 자는 방에 들어갔다. 주거침입과 여성의 몸을 접촉한 강제추행, 두 가지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자신의 방에서 성관계했다가=20대 후반의 남성 B씨는 강간죄로 법정에 섰다. B씨는 최근에 한 여성을 만났고, 얼마 되지 않아 성관계까지 하는 사이가 됐다. 첫 번째 성관계는 여성의 집에서 가졌다. 두 번째는 B씨의 집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얼마 후 여성이 B씨를 강간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여성은 자신의 집에서 성관계한 부분은 문제 삼지 않고, B씨의 집에서 이뤄진 성관계에 대해서만 '강간당했다'며 신고했다. 물론, 강제로 하거나, 폭행한 흔적은 없었다. 다만, 여성은 B씨를 만나기 전 다른 남자와 교제했고, 둘 사이가 나빠지는 시점에 B씨를 만났다. 현재 B씨는 여성과 합의 중이다.

▲여성을 뿌리치지 못했다가=역시 20대 후반의 남자 C씨는 지인의 소개로 한 여성을 만났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술을 마셨고, 여성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했다.

C씨는 여성을 집에 데려 주려고 했지만, 여성은 가지 않겠다고 버티며 거리에 주저앉기까지 했다. 밤에 직장을 다니는 C씨는 출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할 수 없이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침대에 눕히고 출근하려는데, 갑자기 여성이 C씨를 껴안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성관계로 이어졌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여성이 C씨를 신고했다. C씨가 준강간 혐의로 법정에 선 이유다. 여성은 합의금을 요구했고, C씨는 600만~1000만원을 준비하고 있다.

모 변호사는 “내막을 알면 억울한 남성이 많지만, 성범죄에서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훨씬 약자가 될 수 있다”며 “다음달부터 친고죄가 없어지면 이런 범죄 사례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