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률 선수 |
12일 '대한체육회장배 2013 전국당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한밭체육관에서 만난 김경률(34ㆍ사진)은 자신의 바람을 우선 이렇게 말했다. 국내 당구 3쿠션 1, 2위를 다투는 김경률은 지난 3월 독일 버진에서 열린 '2013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에서 허정한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세계적인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 아쉽게 서울 정호석에게 패해 공동3위에 머물렀지만, 그가 대한민국 3쿠션계의 대표주자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경률이 당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당구장이 학생에게 개방된 1990년대 초반 친구를 따라가면서부터다.
그는 “공을 밀고 당기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며 “특히 국가대표였던 김효수 선배의 예술구를 보면서 당구에 대한 욕심과 의욕이 더 커졌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당구에 미쳤지만 어디까지는 취미였다. 직업선수가 될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었다.
그런 김경률은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황득희가 3쿠션 은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며 직업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당구큐를 많이 잡는 것이, 그만큼 노력하는 것만이 최고의 훈련이라고 생각하는 김경률은 이후 최소 하루 10시간 이상 큐를 잡는 연습벌레가 됐다.
그러던 김경률은 2010년 갑자기 안면신경 마비가 오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스트레스, 이명, 불면증 등에 시달리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는 큐를 절대 놓지 않았고, 두 달 전 미세신경 감압술을 받아 회복한 뒤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고 있다.
김경률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안면신경 마비가 심했고, 공이 흔들려 제대로 보이지 않아 감각으로 시합에 나선 적도 있다”며 “경희의료원 오인호 교수님의 소개로 진료받게 된 이봉암 교수님의 도움으로 병을 고칠 수 있었다. 이제 자신감도 회복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 같다. 정말 그분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후배들을 많이 양성하며 월드컵,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며 “당구에 대한 인식을 좀더 좋게 만들어 기업과 국민들이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후원하고, 또 응원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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