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스토리]건양대 창의융합대학 최현수 학장 “어색했던 토론수업도 익숙”

[에듀스토리]건양대 창의융합대학 최현수 학장 “어색했던 토론수업도 익숙”

학생 5명이 1팀으로 구성 매주 새로운 프로젝트 수행 교수들 모여 수업 전 리허설, 문제점 서로 지적하며 보완

  • 승인 2013-05-08 14:07
  • 신문게재 2013-05-09 12면
  • 오주영 기자오주영 기자
●에듀스토리-건양대 창의융합대학 최현수 학장

100여 년간 잠겼던 대학 강의실을 열기 위한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법정 수업시수만 채우면 '교수님'의 공적·사적 생활을 간섭하거나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게 국내 대학의 현주소. 강의 시간에 무엇을 가르치는 지를 담당 교수와 학생외에는 알 길이 없다는데 큰 문제이자 해결 과제였다. 건양대가 이를 깨기 위한 실험에 들어갔다. 이런 실험을 지휘하는 건양대 창의융합대 최현수(60) 학장을 만나 창의 인재 양성론을 들어봤다.

-전국 대학 최초로 신설한 '창의융합대학'은 어떻게 만들어 지게 됐나요.

▲제안은 작년 8월 여름에 받았습니다. 진정성이 얼마나되는 지도, 제가 하는데도 얼마만큼 해야되는지 실제 결정은 지난해 11월에 결정했고요. 굉장히 좋은 모델이고 성공하면 국내 대학의 획기적 변화가 예상되는 프로젝트입니다.

학생들이 미리 공부하는게 습관이 안돼 있다 보니 공부의 반 이상을 해오는 걸 납득을 못하더군요. 뜨거운 맛을 보니 이제는 해오고 있죠. 학생들이 협업, 융합형 수업을 합니다. 발표와 토론을 하니 교수보다 학생들이 하는 말이 더 많고 발표가 35분이나 되죠. 처음엔 제대로 말을 못하더니 이제는 말을 잘하고 쑥스러워 하지 않습니다. 옥스퍼드나 하버드대를 보면, 치열하게 토론을 하는데 이젠 그런애들이 나올 것입니다. 주제를 하나 주고, 학생들끼리 치고 받는 논리 싸움하는 수업이 될 것입니다. 다른 학교는 따로따로 가르치지만, 클래스 속에서 융합을 시킨다는 게 독특한 점입니다. 다른 학교는 물리적으로 붙여 놓은 것이고, 건양대는 수업 속에 녹여 놓은 것으로 봐야합니다. 화학적 융합이라고 봐야겠죠.

-창의융합대학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권위의식과 무게감을 버린 교수들의 밀착지도와 팀별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과 교수를 하나로 뭉치게 하고 있습니다. 코디라고 불리는 이들 교수들은 학생 전원의 이름을 알고 있어 친근하게 수업을 도와줍니다.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각별한 우정도 쌓고 있습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학생들은 창의융합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이 높아 스스로 '명예서약식'을 개최하고, 무감독시험을 선언하는 등 긍지와 학업열정도 매우 높습니다. 강의실에 왔다갔다 하는 걸 싫어하고 교권 오픈이 어렵죠. 오래된 분들은 강의자료를 다 털어야 하지만, 그게 어렵습니다.

참관하는 부담을 떨쳐내려면 실력을 키워야하겠죠. 교수회의실이 '잔인한 방'으로 불립니다.

수업 전 리허설을 통해 다른 교수들이 보고 문제점을 지적해줍니다. 17명 교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전 9시 30분 회의실에 모입니다. 무슨일있는지, 뭐하는지, 부장 교수들이 (교무, 산학) 어젠다를 내고, 협의를 통해 과목개발 리허설을 합니다. 교수 혁신이 제일 어렵습니다. 지적으로 가장 앞서가는데도 잘 안바뀝니다. 학생의 학습패턴과 각종 시스템 행정체계가 변해야 합니다. 저학년이기 때문에 바꾸면 잘 따라옵니다. 삼성이나 LG, 교육부 국가기관이 주관하는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나가서 다 떨어졌으나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떨어지는 걸 두려워하면 안되기 때문이죠.

-'창의융합대학'의 차별화된 교육과정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창의융합대학은 기존의 학사제도를 탈피해 4주를 1학기, 즉 1년 10학기의 집중교육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학생 5명을 1팀으로 구성하여 매주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문제기반 학습을 바탕으로 대학원식 토론수업과 교수들의 밀착지도가 이루어집니다.

창의융합대학의 학생 전원은 등록금의 50%를 기업이 지원하는 장학금을 받습니다. 4년간 전액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학생 전원이 기숙사에 입사하여 다양한 클럽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외국어를 비롯해 문화, 예술분야의 각종 체험활동을 하는 레지덴털 칼리지(Residental College)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풍요로운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실습실의 컴퓨터 이외에도 개인 노트북을 지급하고 학생들이 앞으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규수업 외 외국어와 IT교육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삼성의 임원에서 창의융합대학 초대학장으로 오셨는데 기업가의 경험이 대학에 많은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삼성SDS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실감했습니다. 특히 미국 법인장으로 근무하면서 선진경영기법을 체득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발굴하기도 했습니다. 빠르게 진보하는 IT기술과 함께 글로벌 시장도 많은 변화가 있어 왔습니다. 저의 경험이 학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되어, 우리 학생들이 글로벌 역량을 키우고, 꿈을 키우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창의융합대학의 비전이나 목표를 말씀해 주시죠.

▲창의융합대학은 'Change in Education! Change of the World!'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백화점식 교육에서 탈피해 창의융합대학의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으로 대학의 서열화를 깨고 2020년에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학부교육의 모델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창의적 마인드와 융합역량을 갖춘 21세기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대학과 학생, 기업이 모두 만족하는 대학으로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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