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시간을 즐기고, 사라지는 기쁨을 음미하며

  • 문화
  • 문화/출판

흘러간 시간을 즐기고, 사라지는 기쁨을 음미하며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대니얼 클라인 저 즐거움 찾아 현자의 섬으로 떠나는 명상여행

  • 승인 2013-04-03 14:00
  • 신문게재 2013-04-04 11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늙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과 부정의 강도가 비슷하지 않다.

늘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50대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는 노인들을 종종 방송에서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영원한 청춘'을 위해 여전히 러닝머신 위를 뛰거나 생활전선에서 물러나지 않고 바쁘게 살아간다. 언뜻보면 나이에 굴복하지 않고 세월을 거스르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미 턱뼈는 줄어들어 틀니를 해야 하고 조금만 걸어도 관절마다 소리가 나기 일쑤다. 눈앞에 놓인 인생의 단계를 가장 만족스럽게 보냈던 철학자들의 가르침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이 발간됐다.

저자 대니얼 클라인은 노년기를 지나 '초고령기'를 맞이할 생각을 하면 두렵다고 고백한다.

그는 광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려는 세태를 보면서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면서 차분하게 인생의 황혼기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죽음을 아주 먼 일이거나 남의 일처럼 여기며 살다가 갑자기 망각과 무의식이 지배하는 '초고령기'를 맞이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허무하게 끝나는 것인가. 책은 일상사와 정치의 감옥에서 벗어날 때 얻을 수 있는 이득, 지루함과 권태에서 벗어나는 법, 성적 충동과 성적 노스탤지어를 다루는 기술, 그리고 죽음을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관을 꼼꼼히 따진다.

한편, '초고령기'에 이르면 몸과 마음이 분리되게 마련이지만 '초고령기'에 대해서 지나치게 고민하지 말라는 충고도 담겨 있다. 즐겁지 않으면 바르게도 살 수 없고, 능력 밖의 것들을 내려놓고 깨달음에만 집중할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뛰어난 통찰력이 담긴 이 명상록에서 저자는 “제대로 노년을 보내는 방법은 '영원한 청춘'을 추구하는 사람처럼 숨 가쁘게 야망을 품는 것도 아니고 끊임없이 절망감에 휩싸여 지내는 것도 아니고,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지 확실히 알고 그 길을 찾는 것은 어떤 연령대에든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사색할수록 우리는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사색하고 글을 쓰며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조금씩 바꾸기 때문이다. 저자를 따라 위대한 현자들의 섬을 여행하다 보면 인생의 단계마다 각기 다른 의미와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75세의 유쾌한 노학자 대니얼 클라인은 영원한 청춘을 꿈꾸며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현자들의 섬에서 찾아낸 '청춘 이후의 삶과 시간의 지혜'를 전해준다.

저자는 인공치아 시술 대신 그리스의 이드라 섬으로 여행을 떠나 기쁨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에게 나이가 들어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지 묻는다. 에피쿠로스뿐만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세네카, 키르케고르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과 카뮈와 사르트르, 윌리엄 블레이크의 문학적 조언들을 아우르며 놓치기엔 아까운 인생의 마지막 선물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흘러가는 시간을 즐기고, 사라지는 기쁨을 음미하며,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느긋하게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혈기가 왕성한 젊은이는 신념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운수에 끌려 방황하지만, 늙은이는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느긋하게 행복을 즐긴다”는 에피쿠로스의 말처럼 평범함 속에서도 우주를 볼 수 있는 노년이야말로 인생의 절정기라는 점을 전해준다.

대니얼 클라인 저/김유신 역/책읽는 수요일/272쪽/1만3000원.

박수영 기자 sy8701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