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주영 교육체육부장 |
말로는 구직 활동중이라 하나 대기업, 공기업 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져 실업 상태다. 토익은 물론 여러 자격증을 따고 나름 스펙을 쌓았으나 '눈높이'에 문제가 있어서인지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주변의 눈치에 중소기업에 눈을 돌리려 하지만, 수년간의 구직활동 시간이 아까워 고민중이다. 집에서는 좋은 직장을 구할 때 까지 1년 더 공부해보라고 격려를 하지만, 대학 4년과 휴학 1년에 이어, 1년의 '취업 재수'를 하다 보니 정작 자신이 더 지친다. 요즘은 공부보다 고민의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장면 2)졸업생 취업률 끌어올리기에 각 대학, 특히 지방대학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각 대학이 사활을 걸고 취업률을 60%대 이상으로 올렸어도 대학 졸업생들의 만족 지수는 높지 않아 보인다.
학교 경영 측면에선 취업률이 큰 의미를 갖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뭔가 크게 잘못된 대학 평가에 교수들이 큰 걱정을 쏟아내고 있다.
지역의 한 대학 교수는 “산학협력이니 취업률 제고니 하는 교육부 평가 잣대 때문에 정작 상아탑이 추구하는 교육 목표점이 흐려지고 있다”며 “실적을 위해 제자들에게 취업을 권할 때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장면 3) 지역 대학의 수석 졸업생들의 취업을 살펴본 결과,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대기업 입사와는 달리 교직 등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학점 만점을 받은 한 졸업생은 교직에 나서기 위해 임용고사를 준비중이었으며, 또 다른 대학의 수석 졸업생도 맘에 드는 직장을 아직 구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각 대학마다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는 재학생이 넘쳐난다. 학과 공부는 뒷전으로 밀리게 마련이다. 경쟁률이 많게는 수백대 1을 넘어서다 보니 재수·삼수생이 배출돼 학내의 또 다른 청년 실업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13년 지방 대학이 안고 있는 취업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3가지 예로 표현해봤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졸자들의 청년실업 문제가 갈 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대학을 독려해 졸업생들의 취업 문제에 적극 나서도록 하고 있으나 현장 분위기는 그리 좋지만은 않다. '취업 미스매치'가 캠퍼스 내에서 서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는 1698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졸 이상 학력의 비경제활동인구는 304만명에 달한다. 문제는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대거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 것. 좋은 일자리를 위해 휴학을 하거나 대학원을 가는 등 취업을 미루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휴학생 수는 93만명에 달한다. 학사를 넘어 석박사 학위를 따도 취업문은 좁다. 2000년 6141명이던 국내 박사과정 졸업자는 2011년 1만1645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서울대 박사 학위 취득자 중 4분의 1은 변변한 직장이 없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학력 인플레 현상 탓이다.
실업 상태이면서 교육이나 직업훈련은 물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 니트(NEET)족'도 크게 증가해, 2003년 75만1000명에서 2010년 99만6000명이 됐다는 통계도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지원자가 없는 '빈 일자리'는 15만9000개로 1년 전보다 1만7000개 증가했지만 채용자는 53만8000명으로 오히려 20% 감소했다.
학력 인플레 탓에 중소기업은 가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도 큰 문제다.
안정적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공무원만을 하려는 대학가 상황도 그리 유쾌한 모습만은 아니다. 넓지 않은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달다 보니 학과 공부는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학 본연의 기능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된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범정부적 청년실업 및 대학 교육 정상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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