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또한 인생이다. 긍정, 행복만 강요하는 일그러진 인간 정신의 기형적 구조를 바로잡을 합리적인 균형추가 될 책이 발간됐다.
'타고난 논픽셔니스트'이자 '영국의 말콤글래드웰'로 불리는 올리버 버크먼은 합리적 행복(생각연구소 刊 원제:The Antidote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해왔던 행복 공식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독특한 행복론을 제시한다.
그 주장의 핵심은 '행복으로 가는 부정적 경로'다. 이 접근법에 따르면 고통과 슬픔은 기꺼이 경험해야 하며 최소한 그 감정으로부터 너무 강박적으로 달아나려 애쓰지 않는 것이 진정 행복해지는 길이다.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자존감을 버리고, 불안정을 포용하고, 실수를 곱씹고, 절대 안전을 포기하고, 늘 죽음을 생각하라는 것.
불안과 실패를 마주보는,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길을 걷고, '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참혹한 사실을 깊이 생각하는 것이 행복해지는 기술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우리가 보려 하지 않았을 뿐 '행복으로 가는 부정적 경로'는 놀라울 정도로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상황이 나빠질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라고 주장한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수천 년 동안 아시아인의 정신을 지배해온 불교, 인간의 마음과 뇌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심리학, 인생은 행복과 고통의 융합체라는 것을 통찰한 문학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분야에서 놀랍도록 오랜 시간 탐구하고 삶에 적용해왔던 방법이다.
책 속에는 둘러보면 사방이 시궁창이고, 다 잘될 거라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불안, 슬픔과 마주하라는 이 역설적 방법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라고 말한다.
부정적 경로는 긍정적 사고가 결코 제공해주지 못한, 행복으로 가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길로 우리를 안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책이 긍정주의를 모두 부정하고, 행복에 이르는 부정적인 경로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낙관주의와 긍정성이 행복에 닿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한쪽 눈을 가린 채 외눈으로 세상을 보던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균형추로 이해할 수 있다.
올리버 버크먼 지음/정지인 옮김/304쪽/1만3000원
박수영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