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드라마 세트장이 '애물'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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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드라마 세트장이 '애물' 된 이유

  • 승인 2013-03-13 19:17
  • 신문게재 2013-03-14 21면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유치한 드라마 촬영지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뚜렷한 사후 활용방안 없이 주먹구구식 관광객 유치 명목으로 대형 세트장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은 한때의 반짝 열기가 전부였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모델이란 것이 지역경제를 갉아먹는 셈이다.

운영 적자에 따른 예산 낭비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류 열풍과 영상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믿고 자치단체가 20억원 남짓 들인 태안 '태왕사신기' 세트장도 5년만에 폐쇄됐다. 제주 태왕사신기 세트장까지 철거됐다. 인기 드라마 '상도'를 찍은 금산과 충주 세트장은 폐허가 됐다. 거액의 혈세를 쏟아붓고도 사후관리 부실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다.

지난 10여년간 드라마 세트 소요 예산 중 정부와 자치단체의 예산만 800억원대를 넘어섰다. 종영 이후 지역 관광과의 접목이나 세트장 브랜드 구축에는 완전히 실패했다. 줄잡아 세트장의 3분의 1 가량이 사라졌고 나머지도 비슷한 길로 가고 있다. 남은 세트장도 전형적 예산 낭비 사례가 아니면 다행이다.

이 같은 악순환은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이 도출되지 않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관광객이 안 찾는 세트장 관리에 헛돈을 들이고, 철거하면 또 비용이 든다. 환경파괴와 난개발의 부작용을 무릅쓰고 추진한 결과로는 참으로 초라하다. 드라마 방영 당시와 종영 이후의 명암을 못 헤아린 채 뻔한 수익성에 묻지마 투자를 한 자치단체들이 각성할 일이다.

다른 촬영지 사정을 봐도 문화산업 인프라 구실 면에서 거의 무력하다. '삼한지'(나주), '김수로'(김해), '해신'(완도) 세트장도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서동요' 촬영 세트장의 '대풍수' 활용처럼 기존 세트장을 증·개축해서 재활용하는 방안 역시 신통하지 않다. 자치단체가 거금을 들였음에도 사정이 대개 이렇다.

어떤 세트장은 무료 개방하고도 관람객 통계가 안 잡힐 정도다. 심지어 '야인시대' 등 시대극이 줄줄이 촬영된 부천 판타스틱스튜디오마저 문닫은 상태다. 충청권 드라마·영화 세트장 브랜드 구축 사업의 본말을 미리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 관광자원의 성공적인 연계나 관리체계의 돌파구 없이는 적자는 불가피하다. 인기는 한순간이고 경제적 효과 창출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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