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 정월 개보름 - 새해맞이 의식의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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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 정월 개보름 - 새해맞이 의식의 절정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3-02-26 14:43
  • 신문게재 2013-02-27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며칠 전 각 지역에서 정월 대보름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정월 초하루부터 시작된 새해맞이 행사는 정월 대보름을 정점으로 마치게 된다. 정월 대보름 행사의 중심을 이루는 것이 달집 태우기 행사다. 이 달집 태우기는 마을 입구 공터에 생솔가지 등을 볏가릿대처럼 원뿔대 모양으로 쌓아 놓고 불을 질러 활활 타오르게 하여 휘영청 밝은 보름달과 함께 새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고 가가호호 식구들은 물론 우마에 이르기까지 건강과 행복을 비는 행사다. 이 풍년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 행사를 기점으로 하여 새해 농사일을 준비하게 된다.

그런데 요즈음 정월 대보름 행사의 부각으로 잊혀져 가고 있지만 정월 대보름보다도 더 의미있는 행사들이 정월 개보름날 저녁에 치러졌다. 특히 정월 개보름날은 정월 대보름을 맞는 전야제라 할 수 있다. 이 날은 마을 어린이들의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른들보다도 어린이들이 이날 쥐불놀이와 밥 얻어 먹기 또는 밥 몰래 가져다 먹기 행사 등을 하였다. 이날 저녁은 각 가정에서 좁쌀, 수수쌀, 팥, 콩 등을 섞은 잡곡밥을 지어 먹었을 뿐만아니라 다른 날 보다도 넉넉하게 밥을 지어 밥을 얻으러 오는 아이들이나 몰래 부엌에 들어와 밥을 가져가는 마을 어린이들을 위해 준비해 두곤 하였다. 한 떼의 마을 어린이들은 초저녁부터 마을 앞 빈 논에 삼삼오오 불깡통에 긴줄을 매달고 관솔이나 솔방울, 작은 나뭇가지 등을 모아 불깡통에 채운 뒤 논가운데에 모닥불을 피우고 불깡통에 불을 당겨 긴 줄을 잡고 돌리면 불깡통속에 불이 붙어 밤하늘에 둥근 불빛의 원을 그리면서 활활 타는 장관을 이루곤 하였다. 이 둥근 원과 불꽃 또한 달을 상징하여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 쥐불놀이를 어느 정도 끝내고 흥미가 사라지면 밥 얻어 먹기나 몰래 가져다 먹기 행사에 나선다. 집집마다 다니면서 “밥 좀주세요” 하면서 밥을 얻거나 주인 몰래 부엌에 들어가 밥을 몰래 가져 나오기도 했다.

밥을 얻거나 몰래 가져 온 뒤에 마을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 개보름 행사에 얽힌 무용담을 이야기 하면서 사이좋게 나누어 먹곤 하였다. 요즈음 어린이들도 그 내용이나 날짜는 다르지만 핼러윈 데이라고 하여 삼삼오오 몰려 다니면서 “사탕주세요” 하면서 사탕을 얻어 나누어 먹는 것을 보면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이질적인 행사이기는 하지만 정월 대보름 밥 얻어 먹기나 몰래 가져다 먹기 행사와 심리적인 동질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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