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꿉시다] 2.가정문화- 우리끼리 편가르기 '혈연 이기주의'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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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울타리 갈등 조장… 협력분위기 악영향

  • 승인 2013-02-24 15:31
  • 신문게재 2013-02-25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사회적 자본이 희망이다-이제는 바꿉시다] 2.가정문화

#초등학교 두 자녀를 둔 김호연(42)씨는 여행이 취미다. 시골에 작은 민박을 얻어 아이들에게 농촌마을도 보여주고 추억도 쌓는 데 재미를 붙였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김 씨의 여행은 가족 외에는 없었다. 회사에서 떠나는 MT나 동호회에서 즐기는 여행도 잘 따라가지 않았다. 굳이 가족이 아닌 사회적 인연으로 여행을 가거나 그러한 신뢰관계를 맺는 게 어색하기 때문이다.

▲신뢰·협동의 대상 축소돼=현대사회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협동할 수 있는 대상은 계속 축소돼왔다. 그래서 사회적 자본의 출발점은 내가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는 범위를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비혈연의 자발적 공동체로 확대하는 데서 시작한다.

신뢰에 바탕한 협력과 소통할 수 있는 범위를 친구와 사회단체 그리고 기업까지 확대할 때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첫번째 단추가 될 수 있다. 상호신뢰에 기초한 공동체를 더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확대해 나가는게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우리자식'과 '우리끼리'로 대변되는 혈연 중심의 신뢰문화가 있다.

졸업식을 방문한 학부모는 자기의 아이에게 꽃다발은 전하면서 아이가 건강한 학교생활을 하는데 도움을 준 친구나 교사는 잘 찾지 않는다. 관심과 협력의 범위를 혈연공동체에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각종 분쟁에 직면했을 때 합리적 판단으로 상대에 대한 신뢰를 찾기보다는 '편'을 나눠 갈등을 조장한다. 하나의 생활권을 누려도 가족이 아니면 굳이 알려고 하지 않거나 배려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신뢰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혀지는 현대의 공통적인 문제로 한국의 유교문화는 신뢰와 협력 그리고 소통의 범위를 가족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믿고 협동할 수 있는 대상 확대 필요=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길에는 가정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자발적 공동체 그리고 국가가 있다. 사회단체나 취미동아리, 회사 등 혈연없이 자발적으로 구성된 공동체까지 신뢰와 협력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우리의 가정문화는 아직 부모와 자식간의 지시와 순종적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식이 부모의 권위에 순종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어느 문화에서나 같지만, 우리 가정문화에서는 그 정도가 특별해 혈연이 아니면 일단 불신하고 의심하는 경향이 만들어진다.

신뢰와 협력하는 공동체의 범위를 이웃, 시민사회단체, 자발적 동아리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관계를 맺어야 한다. 또 신뢰와 협력의 범위가 가정을 넘어 다양한 분야와 계층에 확대될 수 있을 때 사회적 자본이 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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