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보 제84호인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본존불. 중국과 부여를 잇는 길목에 새겨졌다.<사진=중도일보 DB> |
이씨는 폐사지의 멋과 아름다움, 세월 속에 묻혀버린 이야기들을 유려한 글솜씨로 풀어내는 '폐사지 박사'다. 1980년대 후반부터 구산선문 답사를 시작으로 오랜 세월 전국의 주요 절터를 수차례 답사했고, 허물어져 사라진 절터를 직접 찾아다니며 머리로 정리하고 가슴으로 익혀낸, 이야기들을 쓰고 있다.
이번 답사기 '충청편'은 이씨가 충청도의 절터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세심하게 선별한 9곳에 대해, 글로 쓰고 사진으로 찍어 소개하고 있다. 충청도의 폐사지들은 주로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에 위치한 것이 특징이라는 저자는 중국과 백제 그리고 개경과 충주의 왕래가 만들어낸 독특한 불교문화의 한 단면이며 다른 지역에서 찾기 어려운 모습이라고 평하고 있다. 또한 폐사지 답사기이면서도, 단순한 유적 소개가 아닌, 작가의 마음이 담긴 글들을 접할 수 있다.
각 장에 붙인 소제목 만으로도, 저자의 감성이 돋보이는, 글의 향기를 엿볼 만하다. ▲1장 보령 성주사터-낭혜화상을 그리워하며 눈보라 속을 거닐다 ▲2장 서산 보원사터-누뤼가 소란히 쌓이고 꽃들도 귀양 사는 곳 ▲3장 당진 안국사터-침향은 어디 있나 저기 미륵님 오시는데 ▲4장 제천 사자빈신사터-사자빈신비구니 곁에서 사자빈신삼매에 젖다 ▲5장 제천 월광사터-절터를 에워싼 산 전체가 원통전이네 ▲6장 충주 미륵대원사터-높아지면 좁아지고, 낮추면 넓어지는 것을 ▲7장 충주 숭선사터-어머니를 위해 지은 절은 무너지고 ▲8장 충주 청룡사터-흰구름 산수 속에 꼭꼭 숨은 스님 ▲9장-충주 김생사터-금강저와도 같이 단단하여 아름다운 글씨.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도 눈길을 끈다. 화려한 앵글이나 기교 없이 투박한듯 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앵글이라는 평이다. 마음에 드는 한 장을 위해 하루 종일 한 곳에 머무를 때도 있다고 한다.
이씨가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폐사지 답사기 제1권-전남편,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제2권-전북편, 돌들이 끄덕였는가, 꽃들이 흔들렸다네를 비롯해 다수의 저서가 있다.
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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