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국민의 65%, 대전시를 비롯해 웬만한 대도시는 70% 이상이 거주할 정도로 아파트 거주문화가 보편화된 시대다. 기술적으로 측정이나 규제가 어렵지만 보다 명확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이해와 배려의 문화도 소중하다. 하지만 문제는 층층거주의 구조상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조심하는 성숙한 시민문화의 차원을 넘어선 경우다. 개인간 해결이 어렵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공적 개입이 불가피하다.
만약 지금의 미온적인 층간소음 대책이 계속된다면 이웃간 불화와 참극을 막을 수 없다. 권익 보호 측면에서 소음 기준을 강화하고 민원이 제기되면 중재와 해결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방에서 처음으로 대전에 개설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도 분쟁 조정에 제한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 합리적인 기준이나 법규가 미비한 탓이다.
제도적인 보완을 거쳐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에 대해서까지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민원을 제기해도 유야무야로 끝난다면 층간소음 잔혹극은 언제든 재연될 소지가 있다. 관련 부처가 머리 맞대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물론 시공 기준 강화만으로 층간소음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무량복합구조 시스템 등 공동주택의 구조적인 결함 보완도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3배 이상 관련 민원이 급증한 것은 층간소음이 우리 사회의 정신적 피해로 확산됐음을 의미한다. 경범죄 처벌법, 관리사무소에 이의 제기와 같은 수단으로는 현실적인 강제력을 기대할 수 없다.
'자율' 해결만 강조하는 것은 때에 따라 갈등과 폭행으로 처리하라는 것밖에 안 된다. 세탁기 등 가전제품 소음등급표시제 도입 등 소음 발생 요인 관리도 절실하다. 엉성한 주택건설기준을 강화하고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등 국민이 공감하는 해결 의지를 보이기 바란다. 층간소음 피해도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다. 배려와 소통만 믿고 주민에게 떠넘기다가 또다시 최악의 결과를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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