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을 담은 그림들을 세화라 하고 문에 붙이는 글씨와 그림들을 문배라 한다. 세화는 처음에 임금이 신하들에게 새해를 송축(頌祝)하기 위해 하사하는 그림이었으나 나중에는 일반에서도 서루 나누게 되었다. 문배는 그림이나 글씨들을 문에 붙여 좋은 일들만 집안에 가득하도록 하는 염원을 담은 것인데, 처음에는 그 구분이 있었으나 나중에는 세화와 분배를 함께 일러 세화라고 하게 되었다. 요즈음은 문배라는 말이 거의 쓰이지 않고 있으며, 세화 역시 역사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그 뜻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특정 박물관의 전시 주체 정도로만 알려지고 있다.
세화와 문배는 자연과 어우러진 삶속에서 터득한 선조들의 슬기가 담겨있고, 이 슬기가 모든 이들의 자기암시를 이끌어 내 자존감 넘치는 행복한 삶을 이끌어 내는 벼리노릇을 하였다. 세화의 경우, 사슴이나 거북이, 학, 소나무 등 12장생과 신선과 수성노인, 선녀 그림 등으로 장수하기를 빌고, 모란꽃이나 연꽃그림 등으로 부자가 되고 자손이 번창하기를 기원하였다. 닭이나 호랑이, 용 등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서 족자로 걸거나 문에 붙여서 나쁜 일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거나 ?아내고 항상 좋은 일만 집안에 가득하기를 소망하였다. 그 밖에도 장수와 부귀, 다남 등을 상징하는 글귀들을 써서 붙이기도 하였다. 입춘을 맞이해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등의 글귀를 문에 붙이는 것도 같은 뜻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그림들과 글씨를 쓰거나 그리고 족자를 만들어 집안에 정성을 다해 걸거나 문에 붙이면서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을 다지는 데서 큰 뜻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세화나 문배는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모습과 소망은 끊임없이 숨 쉬고 있다.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 등을 바로 현대판 세화나 문배라 하여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새해에도 온 겨레와 나라, 가정이면 가정, 개인이면 개인마다 꿈과 행복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