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형사법정 232호-"이번 한번만 선처를" 법앞에 호소

  • 사회/교육
  • 법원/검찰

대전지법 형사법정 232호-"이번 한번만 선처를" 법앞에 호소

애인폭행 미용사도, 공사대금 체납 사장도 초긴장 삼진아웃 男, 추돌사고 女, 음주운전에 피고인 신세

  • 승인 2013-02-05 17:19
  • 신문게재 2013-02-06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현장] 대전지법 형사법정 232호를 가다

5일 오전 대전지법 제232호 법정.

염색한 긴 머리를 묶은 30대 남성이 피고인석에 앉았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 미용실의 직원임에도, 대전까지 와서 재판을 받았다.

재판이 시작되고, 검찰이 기소 내용을 읽었다.

내용은 이렇다. 이 남성은 사귀던 여성의 빌라에서 동거했다. 빌라 보증금 300만원은 이 남성이 대신 내줬다. 그런데 어느 날 여성이 헤어지자며 남자를 쫓아냈다. 남자는 화가 나 전화와 문자 등으로 여성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이 남자는 여자의 빌라에 강제로 침입한 후 여자를 기다렸다.

여자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눕혀 목을 졸랐다. 이어 주방에 있던 흉기로 옆구리를 찌르는 시늉을 하며 위협했다. 여자가 벗어나자 넘어뜨렸고, 방에 있던 빈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쳤다. 결국, 경찰에 잡혔다. 판사가 “인정하느냐”고 묻자, 피고는 “모두 인정합니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징역 1년 6월과 집행유예 3년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내막을 확인해보니 참작할 사연이 있었다. 깊이 반성하고 빌라 보증금 30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여성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 모두 잊고 새출발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여성은 또다시 합의금 600만원을 요구한 상태다.

음주운전으로 법정에 선 이들도 있었다.

30대 중반의 남자. 혈중알코올 농도 0.17% 상태에서 5㎞를 운전하다가 추돌사고를 냈다. 벌써 세 번째다. 처음엔 집 근처에서 걸렸고, 식당에서 술을 먹고 20m 운전했다가 투아웃 된 전력이 있다.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변호인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반성하고 피해자와도 합의했고, 특히 부양가족이 있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의 한 여성도 음주운전 때문에 왔다. 혈중알코올 농도 0.163%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앞차와 충돌해 운전자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검찰은 징역 8월을 구형했다. 변호인 없이 홀로 피고석에 앉은 이 여성은 “직장생활을 계속 해야 하니 벌금으로 처분해달라”고 했다.

공사대금 체납으로 법정에 선 40대 중소업체 대표도 있었다.

이 남성이 결제하지 않은 금액은 총 결제금액의 3분의 1인 1억6000여만원이다. 결제를 해주고 싶지만, 이 남성 역시 원청기업으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

변호인은 고의적으로 결제하지 않거나, 편취하려는 것이 아닌데다, 계속 갚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남성은 “금액이 커 1년 정도는 걸릴 것 같다. 우리도 다른 업체가 대금을 결제하지 않아 불가피하다. 유동성 때문이니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