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대전지법 제232호 법정.
염색한 긴 머리를 묶은 30대 남성이 피고인석에 앉았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 미용실의 직원임에도, 대전까지 와서 재판을 받았다.
재판이 시작되고, 검찰이 기소 내용을 읽었다.
내용은 이렇다. 이 남성은 사귀던 여성의 빌라에서 동거했다. 빌라 보증금 300만원은 이 남성이 대신 내줬다. 그런데 어느 날 여성이 헤어지자며 남자를 쫓아냈다. 남자는 화가 나 전화와 문자 등으로 여성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이 남자는 여자의 빌라에 강제로 침입한 후 여자를 기다렸다.
여자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눕혀 목을 졸랐다. 이어 주방에 있던 흉기로 옆구리를 찌르는 시늉을 하며 위협했다. 여자가 벗어나자 넘어뜨렸고, 방에 있던 빈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쳤다. 결국, 경찰에 잡혔다. 판사가 “인정하느냐”고 묻자, 피고는 “모두 인정합니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징역 1년 6월과 집행유예 3년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내막을 확인해보니 참작할 사연이 있었다. 깊이 반성하고 빌라 보증금 30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여성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 모두 잊고 새출발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여성은 또다시 합의금 600만원을 요구한 상태다.
음주운전으로 법정에 선 이들도 있었다.
30대 중반의 남자. 혈중알코올 농도 0.17% 상태에서 5㎞를 운전하다가 추돌사고를 냈다. 벌써 세 번째다. 처음엔 집 근처에서 걸렸고, 식당에서 술을 먹고 20m 운전했다가 투아웃 된 전력이 있다.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변호인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반성하고 피해자와도 합의했고, 특히 부양가족이 있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의 한 여성도 음주운전 때문에 왔다. 혈중알코올 농도 0.163%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앞차와 충돌해 운전자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검찰은 징역 8월을 구형했다. 변호인 없이 홀로 피고석에 앉은 이 여성은 “직장생활을 계속 해야 하니 벌금으로 처분해달라”고 했다.
공사대금 체납으로 법정에 선 40대 중소업체 대표도 있었다.
이 남성이 결제하지 않은 금액은 총 결제금액의 3분의 1인 1억6000여만원이다. 결제를 해주고 싶지만, 이 남성 역시 원청기업으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
변호인은 고의적으로 결제하지 않거나, 편취하려는 것이 아닌데다, 계속 갚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남성은 “금액이 커 1년 정도는 걸릴 것 같다. 우리도 다른 업체가 대금을 결제하지 않아 불가피하다. 유동성 때문이니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