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세대들은 듣도 보도 못한 말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한과'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과라는 말은 서양식과자와 구분 지으려는 뜻이 강하게 담겨 있는 듯하다.
요즘 한과로 일컬어지고 있는 강정ㆍ다식ㆍ약과ㆍ정과 등을 모두 지칭하는 말이 바로 '과줄'이다. 과줄은 좁은 뜻에서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홍두깨로 밀어 얇게 만든 뒤 네모반듯하게 적당하게 잘라서 말린 다음 기름에 튀겨내서 과줄바탕을 만들고, 이 과줄바탕에 조청(쌀로 밥을 지어 엿기름물을 넣어 삭힌 다음에 삭힌 물을 짜내서 가마솥에 넣고 끓여서 만든 물엿)을 바르고 찰벼나 쌀을 튀겨 만든 튀밥을 붙여서 만든 과자를 일컫는다.
이 과줄은 명절 때만 되면 제사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귀한 음식이었다. 설날 세배 오는 세배손님들 상에도 빠지지 않는 음식이었고, 간식이 부족했던 시절 한 번 만들 때 넉넉하게 만들어두고 오래도록 먹기도 하였다.
특히 설날맞이를 위해서 과줄을 만드느라 당시의 할머니, 어머니들은 손을 놀릴 새가 없었다. 과줄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줄 바탕은 물론이고 조청을 만들기 위해 엿을 고고, 찰벼나 메벼, 쌀 등으로 튀밥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노부모를 모시고 있어서 세배손님이 많은 집에서는 과줄을 많이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이웃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되었다.
하루가 아니라 여러 날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과줄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찹쌀가루(찹쌀가루가 귀했기 때문에 밀가루를 주로 쓰기도 함)를 반죽하여 얇게 밀어서 네모반듯하게 잘라서 딱딱하게 잘 말려야 한다. 잘 말리기 위하여 방바닥을 따끈따끈하게 덥혀서 그 위에 잘 깔아놓고 앞뒤로 뒤집으면서 말렸다. 잘 마른 네모난 찹쌀조각들을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기름 속에 집어넣으면 신기하게도 부풀어 오르면서 과줄바탕이 만들어진다. 끓는 기름 속에서 과줄바탕을 꺼내어 기름기를 빼낸 뒤에 그 위에 조청을 바르고 튀밥을 묻히면 과줄이 완성된다. 과줄바탕보다 작게 만들어 기름에 튀긴 뒤 튀밥이나 참깨 등을 묻히면 강정이 된다. 과줄바탕이나 강정을 묻힌 뒤에 남은 튀밥이나 참깨, 또는 콩이나 들깨 등을 볶아서 조청과 버무려 굳혀서 맛있는 과자를 만들기도 하였다.
과줄을 만드는 날은 설레는 날이었다. 이웃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이 함께 만들고 이웃집 친구들도 함께 했기 때문에 마치 잔칫집 같았다. 과줄을 만들 때 옆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부스러기들은 항상 우리들 차지였다. 방안에 퍼지는 열기 또한 대단한 기쁨이었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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