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홍도육교가 지하화될 수 있을지 결정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눈비가 내린 4일 홍도육교 위를 차량들이 빠르게 지나고 있다.
이민희 기자 photomin@ |
이에 본보는 홍도육교 지하화의 필요성과 추진방향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보행자 발길 끊겨
4일 진눈깨비 속에 걸어본 홍도육교는 승용차를 타고 지날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경사 급한 계단을 오르는 것부터 얼어버린 바닥에 녹슨 난간까지 보행자를 배려하는 육교설계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계단 30개를 헐떡이며 홍도육교에 올라서면 빠르게 달리는 차량을 옆에 두고 100m를 걸어야 한다. 바퀴 소음과 트럭이 몰고 온 바람이 몸에 부딪히며 마음은 불안해지기 시작했으며, 육교에 육중한 화물차가 올라설 때는 발밑이 살짝 움직이는 느낌도 전해왔다. 또 굵은 전선이 젖은 인도 위에 그대로 늘어져 있어 발걸음 하나하나를 불안케 했다.
때문에 홍도육교를 이용하는 주민들도 육교를 건널 때마다 불안감을 숨길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박중희(55·대덕 오정동)씨는 “터미널까지 가려면 별 수 없이 홍도육교를 건너야하는데 시속 100㎞에 가깝게 달리는 차량 옆에서 걷는 게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수명이 다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에는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최희중(39)씨는 “노인들은 계단을 혼자 오르지 못해 누가 옆에서 부축해주기를 기다리는 분도 봤다”며 “육교가 옆 마을을 연결하기보다 단절한다는 느낌이다”고 전했다.
▲끊이지 않는 사망사고
1984년 지어진 홍도육교는 교통안전 측면에서도 불안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대전시가 2008년과 2010년 진행한 정밀안전진단에서 홍도육교는 보완조치가 필요한 C등급을 받았다.
홍도육교를 떠받치는 강철빔은 옛 철도청이 다른 데 사용했던 자재를 가져다 재사용한 것으로 앞으로 안전성 확보에도 상당한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더욱이 홍도육교에서는 교통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전 동부경찰서가 홍도육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를 집계한 결과 2010년 교통사고 35건, 2011년 31건, 2012년 28건을 기록했다.
사망사고도 2011년과 2012년 각각 한 건씩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차량이 육교의 난간을 들이받는 사고도 잦아 2011년 난간과 방음벽 40m를 복구했고 지난해에는 24m가 파손되기도 했다.
이는 길이 660m의 홍도육교가 대전지역 육교 중 가장 길고, S자 형태로 곡선의 형태로 야간이나 눈·비가 오는 날씨에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때문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육교 위 교통사고가 수십 건씩 발생하면서 차량 낙하에 따른 고속철도 안전까지 우려를 사고 있다.
김명수 한밭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홍도육교의 S자 선형 등은 당시에는 최선의 방법이었겠지만, 도로 설계로 사로를 줄이는 추세에서 봤을 때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시설”이라며 “교통흐름이나 안전 측면에서는 육교를 지하화해서 고속철도 선로를 밑으로 통과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