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변호사들 '저가 공세' 눈총... 업계 “시장질서 위협” 발끈

대전 216명 중 58명 '전관'... 수임 경쟁에 소액사건 적극

＃변호사 A 씨는 요즘 변호사업계에 하고픈 말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불만은 전관변호사들의 저가 공세다. 수임 시장은 한정돼 있고, 대전과 규모가 비슷한 지역과 비교해 변호사도 많은 상황에서, 전관 변호사들이 저렴한 수임료를 제시하며 출혈경쟁을 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변호사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비용을 줄여 많은 사건을 맡으려 하지 말고, 전관답게 사건을 조금 줄이더라도 적정 기준의 비용을 유지해야 한다”며 “혼란을 초래하면 신뢰가 무너져 결국 변호사업계 전반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관(前官) 변호사들이 변호사 업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매년 사건 수는 큰 변동 없어 수임 시장이 한정된 상황에서, 일반 변호사들이 주로 맡았던 소액 사건을 전관들이 변론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관들의 저가 공세가 치열해지는 변호사업계에 치명타를 입히는 등 수임 시장의 질서를 위협하는 주요인으로까지 언급할 정도다.

24일 대전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대전 변호사 216명 중 판사와 검사 출신인 이른바, 전관 변호사는 모두 58명이다. 전관변호사는 변호사 개업 이전에 법원이나 검찰에 몸담았던 변호사로, 대전에는 판사와 검사 각각 29명씩이 전관으로 분류되고 있다. 판사와 검사를 지낸 전관변호사의 강점은 법원과 검찰의 생리를 잘 안다는 것이다. 사건명만 봐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동안 급하거나, 중대한 사안이 전관들에게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효과는 있었지만, 비싼 수임료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수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전관들은 고가의 수임료 덕에 몇몇 굵직한 사건만으로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위, 잡다한 저가의 사건까지 적극적일 정도다. 다시 말해, '고가'였던 전관들이 '저가' 전략에 나서면서 일반 변호사들이 맡을 사건 수가 줄고 있는 것이다.

모 변호사는 “소액 사건을 맡는 것에 대해 할 말은 없다. 다만, 전관들이 사건을 맡기 위해 수임료 하락까지 주도해선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