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을 선택하기에는 학교 품위가 손상될 것 같고 B형을 선택하기에는 학생들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난감할 뿐입니다.” (대전지역 한 사립대 입학관계자)
올해 고 3학년부터 적용되는 2014학년 선택형 수능도입으로 일선 고교와 대학에서 혼란을 빚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4학년부터 수능문제를 쉬운 A형, 어려운 B형으로 나눠 수험생이 고르는 식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충남대의 경우, B형 선택 수험생만 지원가능하며 2014학년도 입시에서 일반전형Ⅰ에는 B형 4등급, 일반전형 Ⅱ 에는 B형 3등급, 입학사정관제전형은 B형 5등급 등을 각각 평균점으로 삼고 있다.
목원대를 비롯한 대부분 대전지역 4년제 사립대는 A, B형 지원자 모두 지원가능하지만 어려운 B형 선택 수험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향으로 정했다.
그러나 일선 고교에서는 우열반 조성과 눈치작전식 유형 선택만 조작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즉, 선택형 수능 시행은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전지역 한 고교 교사는 “성적이 좋지 못하는 학생들은 쉬운 A형을, 상위대학 지원자는 B형을 선택해야하기 때문에 결국, 우열반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조금만 봐도 문제는 불보듯이 뻔한 상황에서 왜 선택형을 강행하려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대전지역 대학들도 선택형 수능이 학교 서열화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상위권 대학 지원자의 경우, 어려운 B형을 선택하기 때문에 우수 인재들이 상위권 대학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학 한 관계자는 “어느 형의 선택여부는 학교의 명예와 직결될 수 밖에 없다”며 “어려운 B형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상위권 대학지원을 희망하기 때문에 지역 국립대를 포함한 중상위권 대학에게는 우수 학생 모집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제일학원 김승환 입시연구소장은 “선택형 수능제도는 시행하자 마자 변경할 수 밖에 없는 제도”라며 “수험생뿐만 아니라 대학도 난감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1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에서 주요 사립대 입학처장들과 진학교사들의 반대로 촉발된 선택형 수능의 시행 유보 논란은 수능 제도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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