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뒤덮은 불법현수막 '덕지덕지'

대전 20만건 수거 전년比 77% 증가… 설치대행 업체까지 등장 단속한계

▲대전 유성구 반석동의 도로상에 불법 현수막 광고를 설치대행해준다는 알선 광고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도심 곳곳에서 각종 불법현수막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지자체의 단속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제난에 업체들이 현수막 광고를 선호하는데다 불법 단속에 대한 처벌이 미미해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다. 1일 대전시 및 5개 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동안 수거된 불법 현수막은 20만 6380여건에 달했다.

2011년 불법 현수막 단속·철거 현황이 11만 6400여건이었던 것에 비해 약 77%가 증가했다.

이는 5개 구청 단속반이 하루에만 약 500여개 이상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도심 곳곳에서는 단속이 무색할 정도로 불법 현수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의 불법 현수막은 대부분 아파트 분양 및 건물 임대에 관련된 광고들로 세종시 아파트 분양 및 원도심 빌딩 임대 홍보가 대부분이다.

또 학생 층이 겨울방학을 맞이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어학원 등의 홍보물도 적지 않다.

문제는 불법 현수막이 범람하고 있지만 단속인력 등의 한계에 부딪혀 지자체의 단속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각 구청별로 단속철거반을 운영하고 있지만 2~6명의 인원으로 관할 구역 전체를 담당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 현행 법상 불법 현수막 게시는 최대 500만원 이하(위반 3회 이상)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이마저도 처벌기준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당 10만~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한번 광고를 통해 얻게될 수익이 더 크지 않겠느냐”며 “적발건 수에 비해 과태료 부과된 사례가 많지 않아 아파트 분양 등 광고에 현수막 이용이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심지어 불법 현수막의 설치대행 및 관리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업체들은 단속이 소홀한 금요일 오후께 현수막을 설치하고 일요일 수거·보관해주며 단속을 피하고 있다. 또 공무원인 단속 철거반의 퇴근시간인 오후 5시 이후부터 야간에만 불법 현수막을 게시해 광고하는 업체들도 있다.

대전시의 한 관계자는 “경제난 속에 업체들이 불법 현수막을 선호하고 있어 도심 내 불법 현수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게릴라 업체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대전 5개 구청은 불법 현수막을 게시해 적발된 140여건에 과태료로 6300여만원을 부과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