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가지 프레임으로 추적한 '몽테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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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프레임으로 추적한 '몽테뉴'

  • 승인 2012-12-26 14:23
  • 신문게재 2012-12-27 12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 솔 프램튼 저
▲ 솔 프램튼 저
1570년 몽테뉴는 법관직을 버리고 자신의 성에 틀어박혀 큰 슬픔에 빠져 있었다. 절친한 친구, 아버지, 첫딸이 연달아 죽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서재에 루크레티우스의 경구를 써놓았다. “더 오래 살아봤자 새롭게 얻을 낙은 없다” 하지만 수년 뒤, 그는 서재 천장에 팔을 뻗어 그 문구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세계적인 저작 『에세』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 사이, 몽테뉴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책은 셰익스피어와 버지니아 울프를 비롯한 후대 문학가와 사상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몽테뉴의 정신세계를 12가지의 프레임으로 추적한다. 몽테뉴의 유작이자 불후의 고전 『에세』를 바탕으로, 요동치던 사회에서 펄떡이던 한 남자의 치열한 사색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몽테뉴의 사상이 죽음의 철학에서 삶의 철학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절친한 친구, 아버지, 남동생, 그리고 첫딸까지 연달아 잃은 그에겐 “더 오래 살아봤자 새롭게 얻을 낙은 없다”라는 루크레티우스의 경구가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마 뒤 그는 서재 천장에 팔을 뻗어 그 문구를 지워버리고서 세계적인 저작 『에세』를 발표했다. 그전까지의 비관주의를 버리고 능동적인 삶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말이다. 이에 니힐리즘의 대표적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조차, “그의 글 덕분에 이 세상을 사는 기쁨이 더욱 커졌다. 만약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와 함께 인생을 느긋하게 즐기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허무함을 온몸으로 겪으며 그것을 뛰어넘었던 몽테뉴의 능동성은 니체마저 매혹시켰다.

그는 사람들의 손길과 감촉,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의 냄새, 고양이의 장난기, 자기 농장에서 만든 포도주의 향기 등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에서 사례를 찾고 일반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능동성 위에서 몽테뉴는 평범함의 힘, 손에 잡히는 것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지금, 이곳'의 가치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읽는수요일/솔 프램튼 지음/김유신 옮김/360쪽/1만5000원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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