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삼 회장은 대전 체조 중흥을 위해 물심 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는 후원회원을 늘려 재정적 안정도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
올 2월부터 대전시체조연합회 수장을 맡은 김영삼(46) 회장.
▲체조와 특별한 만남=그가 체조를 만나게 된 것은 지인들의 완곡한 권유에 의해서다. 김 회장은 “주변에서 대전 체육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며 “마침 시 체조협회장 자리가 공석이었고 심사숙고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체조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체조협회장을 맡은 이후 김 회장을 대전 체조의 열악한 현실에 놀랐다. 그는 “선수층도 얇았고 변변한 훈련장도 부족했다”며 “더구나 선수들을 이끌어야 할 일선 지도자의 처우가 너무나 형편없었다”고 꼬집었다.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할 수는 없는 법. 하지만, 김 회장은 차근차근 대전 체조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시작했다.
김 회장은 “선수단이 대회참가 또는 훈련장 이동 때 타고 다닐 차량이 없었다”며 “이 때문에 자비 2600만원을 들여 승합차 1대를 뽑았다”고 말했다. 또 선수단 동계훈련비 2000만원 가량을 지원했다.
지인들을 쫓아다니며 벽걸이TV, 비디오카메라 등 선수 훈련을 위한 필수품을 후원받아 온 이도 김 회장이다.
이같은 열정은 과거 대전 체조의 찬란했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서다.
대전 체조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권순성, 송유진 등 내로라하는 스타가 즐비했다. 당시에는 선화초-대전여중-충남여고로 이어지는 선수 육성 체계가 잘 돼 있었다. 이 가운데 대전여중과 충남여고는 팀이 해체된 상태다.
하지만, 이후 대전 체조의 인프라는 정체됐고 훈련 여건과 환경이 좋은 수도권으로 우수 선수의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대전 체조는 쇠퇴했다.
급기야 올 전국체전에서는 노메달에 그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김 회장이 (가칭)'대전체조 사랑 1만원 기부 운동'을 계획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정기관 또는 특정인의 전폭적인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십시일반으로 대전 체조의 중흥을 꾀하자는 논리다.
김 회장은 “훈련 여건이 좋아야 하고 선수들을 지도하는 지도자 생활이 안정돼야 성적이 난다는 생각”이라며 “대전 체조인부터 체조를 사랑하는 시민들까지 매월 1만원씩 걷기 운동을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다달이 조금씩 모아나간다면 수년 후에는 우수선수를 영입하고 훈련장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욱 멀리 보면 이같은 노력이 계속된다면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양학선 같은 스타도 대전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달 말이면 김 회장의 임기가 끝난다. 지난 2월 비어 있는 자리를 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차기 회장직도 맡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아직 대전 체조를 위해 내가 할 일이 많고 내가 해야 한다”며 체조 사랑을 과시했다.
▲공무원에서 사업가로 변신, 지역 봉사도 후끈=김 회장은 토박이 대전 출신이다.
동광초-대전 동중-동아공고를 나왔고 현재 한밭대 경제학과에서 늦깎이 대학 수학(修學)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애초 공무원이었다. 고교를 졸업한 뒤 순경 공채를 통해 충남청과 서부서 등지에서 경찰 생활을 10년 가량했다. 1998년부터는 사업가로 깜짝 변신한다. 민영전화번호부 사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홈페이지 제작 관리를 대행하는 ㈜코리아토탈 대표를 맡고 있다.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그는 지역 각계 관계자 60여 명이 만든 봉사모임인 '대전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연말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성금을 전달하기도 하고 불우이웃에게 김장을 해 나눠주기도 한다.
김 회장은 “원래 나서는 성격이 아니어서 회장직을 맡는 것을 한사코 고사했는데 수차례 권유를 뿌리치지 못해 부족하지만, 봉사모임을 이끌고 있다”며 “대전체조에 대한 사랑만큼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지역 사회에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문을 맡고 있는 윤형진 세이브존 수영장 대표는 “김 회장의 묵직한 후원이 대전 체조의 중흥 토대를 마련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여러 채널을 통해 체조 관련 전문 지식을 쌓는데도 커다란 노력을 쏟고 있다”고 김 회장을 치켜 세웠다.
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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