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득표로 당선된 박 당선인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비록 '비전'이 부족한 선거였지만 새 정치 패러다임을 실천해야 할 막중한 과제가 주어졌다. 사실상 이제부터는 '현재 권력'으로 심판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 당선인에게는 야당은 물론 노선, 지지 성향, 지역 등을 떠나 모든 국민을 차별 없이 끌어안아야 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
박 당선인도 새누리당도 선거운동의 관점과 대립각에서 서둘러 빠져나와야 할 것이다. 선거 당일까지 후보 중심의 네거티브가 판치고 유권자 중심의 수용자 의제나 검증이 되지 못한 것은 이번 대선이 남긴 오점이었다. 모두가 반성할 점이다. 과거에 매몰돼 정책으로 맞붙지 못했고 지역, 계층, 세대, 이념으로 갈린 득표전 양상에서 빚어졌던 살벌한 대결의 장막을 이제 걷어내야 한다.
산적한 국가적 또는 지역적 현안 앞에서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여야 할 것 없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선거 체제에서 벗어나 나라의 안녕과 민생 안정에 전념해야 한다. 대차대조표도 못 짠 채 남발했던 공약도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구체적 실천 방안을 세워야 한다. 특히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대세를 거슬러서는 안 된다.
이제 박 당선인은 보수나 진보의 시각이나 진영 논리가 아닌 국민 중심의 새 정치에 앞장설 것으로 믿는다. 또한 남발된 공약, 유권자의 귀만 즐겁게 했던 공약의 거품은 걸러내야 한다. 지역 공약은 엇비슷했고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지만 실천력과 지속가능성을 갖춰 구체화시켜야 할 것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대선공약 추진 태스크포스 등을 구성해 새 정부의 정책에 적극 반영하도록 힘써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실천 수단은 상이했지만 초점이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자는 점에서 여야가 일치했다. 박 당선인도 이런 부분은 여야 협조로 추진 동력을 얻어야 하고, 곧 구성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이를 구체화할 밑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편 가르기, 대립 구도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든든한 경제와 복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정치 쇄신도 박 당선인이 할 일이다.
선거는 끝났다. 여야를 막론하고 새 정치의 틀을 함께 조율하고 씨줄과 날줄처럼 짜나가야 하는 공동 책임이 주어져 있다. 의욕만 앞세우지 말고 국정과제의 완급 조절도 꼭 필요하다. 박 당선인에겐 국론 분열로 인한 갈등의 골과 선거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일도 급선무다. 국민은 '책임 있는 변화'를 바라고 있다.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선택을 받지 못한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에 깊은 위로의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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