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니얼 불런 저 |
피카소의 수많은 뮤즈들과 로댕과 카미유,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는 모든 이의 관심을 끌어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들의 사랑은 창조보다는 파괴에 가까운 불평등한 관계에 머무는 한계를 지녔다.
또한 지금까지 예술가들의 특별한 생애를 다룬 전기들은 많이 출간되었으나 사랑을 예술의 필수품이자 영혼의 등가물로 다룬 책은 거의 없었다.
저자 대니얼 불런은 바로 이러한 한계에 의문을 품고 사랑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창조적 관계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 '두 명 모두 성공한 예술가일 것', '서로 자신 외의 연인을 두는 것을 용인하는 관계일 것'이라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연인들로 대상을 한정하고 루 살로메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와 조지아 오키프,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 헨리 밀러와 아나이스 닌이라는 다섯 쌍의 예술가 연인들을 선정했다.
열린 관계를 추구했던 예술가들이 왜 그러한 시도를 하게 되었는지 질문을 던지고, 그들이 결혼 외의 관계에서 얻어낸 예술적 영감에 주목한다.
저자는 자칫, 화려한 무용담이나 뻔한 스캔들로 치부될 예술가들의 사랑을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충격적인 면을 강조하지 않고 담담한 필치로 사실을 서술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일종의 도덕적 거울을 선사한다.
책읽는 수요일/대니얼 불런 지음/최다인 옮김/552쪽/1만 6000원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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