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교육 수요를 근거로 교과부에 공립유치원 신·증설 확대를 요구해야 하지만, 오히려 교과부가 허가한 학급 증설을 반려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공교육에 몸담으며 교육계 현실을 아는 교육의원들조차 학부모들의 거센 요구보다 '기간제 교사는 안 된다'며 학급 증설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일 정도다.
21일부터 시작하는 시의회 교육위 예산 심의를 앞두고 본보가 7명의 교육위원에게 유선상으로 확인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전교육청의 원안(34개 학급 증설)에 찬성하는 위원은 단 한 명도 없다. 물론, 2013년 신규로 임용하는 24명의 공립유치원 교사 수만큼의 학급 증설(24개)에는 모두 찬성했다.
하지만, 교사 정원 외 나머지 10개 학급 증설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한다는 이유에서다.
A 위원은 “기간제 교사는 믿음이 덜 간다. 예산은 다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B 위원도 “기간제 교사를 쓰는 건 말이 안 된다. 교육자 출신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대로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 위원 역시 “법리적인 절차에 하자 없이 인가 학급 증설과 교원 수급은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했다.
동부교육장과 직속기관장 등을 지낸 이른바, 공교육 출신 '교육의원'은 모두 '못 미더운 기간제 교사'를 이유로 공립유치원 10개 학급 증설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 역시 '교사 정원=학급 증설' 등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D 위원은 “정확한 근거와 교사 미확보 문제, 원아모집이라는 시기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 위원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원아를 우선으로 하고, 필요하지 않은 지역에 늘리는 것이 맞는지를 따져야 한다. 공·사립이 아니라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론이 만만치않다. 공립유치원 정모(29) 교사는 “기간제라도 교사자격증이 있다. 정원을 주지 않아 시험을 보지 못한 것뿐”이라며 “사립유치원과 비교해 결코 자질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 초등학교 교장은 “현행처럼 인력풀제를 통해 공립유치원 기간제를 선발한다면 정교사 못지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특수학교에는 96명의 기간제가 있다. 이는 학부모 등 수요자의 요구가 많아 늘린 것”이라며 “수요는 급증하는데, 정원 확보만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모 교육위원은 “10곳은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조사해봐야 한다. 집단의 이익 때문에 대세를 외면할 수 없다. 확보한 예산 반납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공립유치원 기간제 인건비를 교과부가 직접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34개 학급 증설에 대한 인프라에는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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