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8월 31일 지난해에 이어 43개 대학을 내년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정부재정지원제한 대학 명단을 발표했다.
재정지원제한 대학 선정은 취업률(20%), 재학생충원율(30%), 전임교원확보율(7.5%), 교육비 환원율(7.5%), 등록금 부담완화(10%), 장학금 지급률(10%) 등 10가지 지표를 토대로 상대평가를 적용하고 있다.
10가지 지표 중 취업률, 재학생충원율, 전임교원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등 4가지 지표는 기준을 설정, 절대평가를 통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대학들을 학자금대출제한대학으로 한번 더 추려낸다. 대출제한 대학의 경우 4가지 절대지표를 제시하고, 2개 기준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대출제한 대학으로 지정했다. 4년제의 경우 취업률 50%, 재학생충원율 90%, 전임교원확보율 61%, 교육비환원율 100%가 최소 충족기준으로 적용했다. 전문대학의 경우 취업률 50%, 재학생충원율 80%, 전임교원확보율 51%, 교육비환원율 95%다. 취업률의 경우 당초 4년제는 51%, 전문대학은 55%를 요구했으나 하향 조정됐다.
특정지역에 재정지원제한 대학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별 상한제를 적용했다. 한 곳의 광역자치단체에서 재정지원제한 대학의 학생 수가 전체의 30% 이상이 되지 않도록 일종의 '지역 안배'를 하는 셈이다.
그 결과, 대전ㆍ충청지역 대학 가운데 배재대와 청운대, 영동대, 세명대 등 4개 대학이 내년부터 정부 재정지원제한을 받는다.
▲지역대 불리한 잣대, 지역 사립대 죽이기 정책=정부의 평가가 2년째로 접어들었지만 대학 본질을 무시하는 평가 지표와 지역대에게 불리한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이 주요 평가지표로 포함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및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의 평가기준이 지역대에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졸업생 취업률을 50%이상 반영한 것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여건이 열악한 지역여건을 외면한 평가라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 집중정책으로 인구와 공기업, 대기업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이 고려되지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매년 상대평가로 하위 15%를 선정하는 것은 경쟁력이 약한 지역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명신대ㆍ성화대학ㆍ선교청대가 폐쇄됐고 자진 폐교한 건동대를 포함, 벽성대학의 퇴출로 이어졌다. 벽성대학(2012년 9월), 선교청대(2012년 8월), 명신대ㆍ성화대(2012년 2월), 아시아대(2008년 2월), 광주예술대(2000년 2월) 등 5개 대학과 자진폐교한 건동대(2012년 8월), 수도권침례신학교(2006년 2월)등 폐쇄조치된 8개 교는 지역 소재대학이다.
대전지역 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평가기준은 지역대학을 고사시키고 지역개발과 기업유치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역대학의 평가는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 형평성에 대한 평가지수와 지역사회, 지역발전 기여도 등을 반영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대학 본질 무시하는 평가 지표=지역대의 경우, 수도권 대학과 달리 재학생 충원율이 어려운 점을 감안, 평가지표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국교수노조ㆍ민교협(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ㆍ학단협(학술단체협의회)ㆍ비정규교수노조 등 4대 교수 단체들이 정부의 재정제한대학 발표 이후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학생의 취업은 중대한 문제이긴 하지만, 고등교육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는 곳이기 때문에 학생 취업이 목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들은 취업률이 고등교육기관을 평가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한 재학생 충원율(반영 비율 30%)의 경우, 지역대에 한없이 불리한 지표로 정부의 대학 평가가 '지역 사립대 죽이기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대전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지방에 위치한 것만으로도 재학생 충원이 힘든데 편입 등으로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수도권과 지역대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또한 평가지표가 등록금ㆍ취업률 등에 집중돼 있어 대학의 연구역량이나 국제화 등의 노력을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의 주 기능이 교육과 연구이지만 취업률, 장학금, 등록금 등 교육성과나 교육여건을 따지는 지표로 채워져 있다. 교과부가 올해 법인 전입금 비율 등 법인지표를 하나 신설했으나 배점이 5점(100점 만점)밖에 안 된다.
충남지역 한 사립대 교수는 “취업까지 대학에서 책임지라는 것은 대학의 본질을 무시하고 무조건 정부 정책에 얼마나 순응하는지를 보는 군기 잡기식 평가”라고 주장했다.
▲취업률 뻥튀기, 종교계 대학 제외=정부가 취업률을 강조하다보니 취업률 뻥튀기를 위한 편법도 자행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부실대학에 지정된 대학들이 1년 만에 10~15%씩 취업률을 높인 것은 대학들이 학생의 희망이나 적성을 무시한 채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지역 대학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각 기업들의 채용 인원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취업으로는 해당 수치가 나올 수 없다”며 “교수들이 여기저기 부탁해서 자신의 제자를 취업시킨다고, 국가 전체적으로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상대평가인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은 일명 '폭탄 돌리기'”라고 비난했다.
또한 정부가 올해 전국 32개 대학을 대상으로 취업통계 실태를 감사한 결과 28개 대학에서 취업률 조작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종교계 대학 15개교, 예체능계 6개교 등 모두 21개 대학들은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에 제외, 허점도 제기되고 있다.
한 예술대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재정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며 “차라리 학교 특성상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한대학으로 이름이 알려질 바에야 아예 평가에서 빼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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