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미경 교사 |
흰 지팡이의 날(10월 15일)과 함께 장애의 아픔을 돌아보게 되는 요즘. 장애학생들을 위한 다정한 멘토로, 때로는 엄한 스승으로 14년째 교단에 서고 있는 대전맹학교의 송미경(48·사진) 교사를 만나봤다.
-송 교사도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고교시절 희귀난치병인 '베체트병'에 걸려 시력을 잃었다. 지금은 빛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전맹'상태다. 실명으로 인해 공주사대를 자퇴하고 교사의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그 뒤로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1999년부터 대전맹학교 교단에 서고 있다.
-중도장애의 아픔을 겪은 만큼, 학생들의 아픔에 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고3 담임을 맡고 있는데 반 학생이 총 5명이다. 50대 2명, 40대 2명, 20대가 1명인데 모두 '중도장애'다. 그 아픔을 알기에 더욱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만약 실명의 아픔을 겪지 않은 채 교사의 꿈을 이뤘다면 지금처럼 학생들과 깊이 마음을 나누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 점에 감사하다.
-학생들이 인기투표를 하면 늘 1위라던데, 그래서 진로상담부장을 맡고 있는건가.
▲인기는 모르겠다.(웃음) 2005년부터 진로상담부장직을 맡고 있는데,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이 즐겁다. 2년 전 암투병 때도 휴직하지 않고 근무했을 정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많은데 취업을 알선해주거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때 보람이 크다.
-유난히 마음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고2때 담임을 맡았던 학생이 있다. 중도 실명인데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많이 방황했다. 수업시간에도 잠만 자기 일쑤였던 제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매일 아침 커피를 타고 기다렸다. 전북 익산의 집까지 가정방문을 갔을 정도다.
그런데도 “관심이 싫다. 짜증이 난다”며 반항할 때는 힘들었지만 그 뒤로 마음을 다잡고 대학을 졸업해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일하고 있다.
동생의 학비까지 대줄 만큼 열심히 살고 있는 제자가 “선생님 쓰시라”며 용돈을 보내줬을 때는, 참으로 행복했다. 주변에 보면 장애인이 된 것만으로도 버려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꿈을 갖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송 교사도 교사의 꿈을 어렵게 이룬 것으로 아는데.
▲실명으로 인해 대학을 자퇴해야 했을 때 많이 힘들었다. 그 뒤 교사의 꿈을 위해 다시 공부를 할 때도 “임용이 어려울 게 뻔한데 뭣하러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게 어려운 길을 걸어봤기에 학생들에게는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기회를 잡기 위해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대전맹학교 학생시절 은사님들께 감사드린다. 그 분들이 이끌어주셨기에 오늘의 내가 있듯이, 제자들에게도 '흰 지팡이'처럼 든든한 교사로 함께 싶은게 제일 큰 바람이다.
김의화 기자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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